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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의 여행 1 - 신들의 세계로 떠나다
카트린 클레망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어릴 적 관념적인 사고를 접하고 이해하는데 있어서는 소설의 방식을 빌리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이기도 하고요, 지금의 아이들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저로써는 어릴 적 읽었던 '소피의 세계'와 '테오의 여행'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으니까요. 전자를 통해서 철학에 입문했고 후자를 통해 종교학에 입문했다고나 할까요? 물론 소설의 형식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겠지요. 재미와 내용상의 충실함에 균형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그런만큼 언급한 두 권의 책만큼 잘 쓰여진 책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가정신에서 그 두 권의 책 중 '테오의 여행'을 완역본으로 재출간했습니다. 어릴 적 추억 속의 책의 다시 출간되는 것만큼 반가운 일이 어디있을까요? 좋은 책은 시대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가슴이 뿌듯해지고, 다른 한편으로 내가 느꼈던 감동과 충만함을 아이들이 다시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행복해집니다.
이 책은 (역시) 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요. 테오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태어나면서부터 불치병을 앓고 있습니다. 아파본 사람은 다 알듯 고질병만큼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 안에서 좌절하는 소년을 격려하기 위해 대담하고 사려깊은 마르트 고모는 테오를 데리고 과감하게 세계 여행에 나섭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세계종교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게 되지요. 자신이 선택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것은 하나의 구도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요,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이 결국에는 병의 치유까지 이어지게 되지요. 이렇게 결말만 듣자면 이 책이 종교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책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만만찮게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1권에서는 특히나 크리스트교와 이슬람교의 부정적인 모습이 명백하게 그려집니다. 테오가 아이 특유의 직관과 올곧음으로 던지는 질문이 종교인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을 보는 재미가 이 책의 큰 재미 중 하나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물론 옆에서 그것을 부추기며 종교인들과 티격태격하는 마르타 고모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다시 봐도 이 책의 풍부한 내용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잘도 이렇게 많은 내용을 담아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상대적으로 익숙한 크리스트교는 몰라도 힌두교나 이슬람교의 교리나 신화 등은 생소한 것이 많습니다. 역사적 사실과 신화 등을 절묘하게 엮어가서 흥미르 잃지 않게 만드는 솜씨가 인상적이기도 하고요. 시대가 바뀌면서 종교의 순기능에 대한 회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만, 종교가 가진 호소력은 여전히 강력하고 거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 역시 여전할 것입니다. 교육의 목적이 아니고서라도 종교를 비교해보는 재미, 종교의 가치를 생각해볼 기회 등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