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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뜻밖의 철학
그레고리 베스헴 외 지음, 박지니 외 옮김 / 북뱅 / 2013년 1월
절판
영화가 현대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매체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텔레비전의 막강한 힘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영화는 현대가 가진 모든 것을 응축하고 담아낸다는 느낌의 훨씬 강력한 오라를 풍기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영화 제작을 넘어서 그것을 매체로 한 재생산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 하나가 영화를 통하여 철학하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선 이진경 님의 책을 추억하게 됩니다만, 하나의 영화를 소재로 삼아 깊게 파들어가는 철학서들이 나온 계기는 매트릭스가 아니었던가 싶군요. 현대에 집필된 시나리오에 기반한 영화도 그럴진대 반지 시리즈처럼 이미 고전이 된 책에 기반한 영화는 더욱 풍부한 철학을 담아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반지 시리즈 영화를 모두 보았고 반지전쟁 책도 읽은 저입니다만 사실 중간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방대한 이야기를 다 소화하기에는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개중 가장 단순한 이야기이자 가장 근간이 되는 소설이 바로 [호빗]일텐데요, 애초 톨킨 자신도 교육의 목적으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그것이 영화화 되어 철학서의 근간이 된것을 보고 기뻐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책 역시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낸 책이라고 하겠는데요, 호빗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개념적인 이야기들에 대한 사색을 모았다고 하겠습니다. 얼핏 문어체라 읽기에 딱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고 내용도 군데군데 제법 까다로운 것들이 있습니다만 대체로 수월하게 읽히는 편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톨킨의 소설에서 연장한 듯한 유머감각을 활용하는 것은 서구식 유머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였고요.
이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 등 대체로 고전적인 철학자들의 철학에 근거하여 펼쳐지고 있습니다. 물론 코스모폴리탄 호빗이라던가, 호빗투스 루덴스 등 상대적으로 근래 등장한 철학 개념도 제법 등장합니다만 톨킨의 가치관에 근거하여 쓰여진 책이니만치 고전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호빗투스 루덴스, 마법과 기계의 제왕, 어려움 벗어나기 등의 단원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네요. 영화를 보고 그 의미를 확장하는 것을 즐기시는 분, 혹은 그저 톨킨의 세계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