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리어 - 뼈와 돌의 전쟁 본 트릴로지 Bone Trilogy 1
피아더르 오 길린 지음, 이원경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어제 어머니를 짐승에게 팔아넘겼다. 그리고 오늘은 내 아들을 먹었다"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표지 역시 원시인이라기보다는 악마를 연상시키는 괴물이 장식하고 있구요. 상당히 강렬한 디스토피아 소설임을 암시하는 디자인이네요. 작가는 자주 볼 수 없는 아일랜드 출신입니다. 이름이 독특하다 생각했었는데 아일랜드의 명명법인가 봅니다. 컴퓨터 회사에 근무하다가 꿈에 영감을 얻어 쓴 처녀작이라는 작가의 소개도 눈길을 끄는군요.


 소설은 원시 인류가 살았던 세계를 연상시키는 야생의 대지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곧 이곳이 원시 시대가 아님을 눈치챌 수 있는데요,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다양한 야수족들이 인류와 공존하여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활은 척박하기 그지없는데요, 적대적인 자연환경 속에서 종족 간의 생존경쟁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죠. 단적인 예로, 늘 먹을 것이 부족한 이들은 쓸모(?)가 없어진 부족원들을 타 종족의 인원들과 교체하여 잡아먹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인 스톱마우스는 말더듬이라는 이유로 이웃의 비웃음을 사며 살아가고 있지요. 자신을 배신한 형 때문에 마음깊이 상처를 입은 그는 우연히 하늘에서 떨어진(!) 아름다운 여인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사는 세계의 비밀에 대해서 알아가게 되는데요...


 이 책에서 기대하게 되는 것은 역시 디스토피아적 세계를 얼마나 생동감있고 강렬하게 묘사하는가와 트릴로지의 첫편으로써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가겠지요. 약육강식의 원시세계 속에서 분투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모습은 상당히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사실 온갖 자극에 익숙해진 독자의 눈으로 볼 때 생각보다 잔인하고 끔찍하다고 느껴지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다만 원시세계 속에서 살아가려면 이러저러한 선택은 불가피하겠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들은 많네요. 반면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고 주인공이 소명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불가피하게 다른 많은 소설과 영화들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특히 최근에 인기를 끈 '헝거게임'이 강하게 연상되네요. 독립된 작품으로 볼 수 없을만큼 후속작들에 기대는 엔딩은 특히 아쉬운데요, 전3권의 한 질로 소설을 출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러한 엔딩은 위험부담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2, 3편이 1편에서 설정한 세계관과 캐릭터를 충분히 활용해낸다면 1편의 가치도 더불어 올라가겠습니다만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책장을 펼치면 마지막 장까지 계속 읽게 되는 정도의 흡입력은 없습니다만, 읽는 내내 재밌다는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2편이 1편을 잘 이어받는다면 1편보다 더 재밌을 가능성은 많다는 예감이 듭니다. 조만간 출간된 2편이 기대에 부응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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