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리몽드 - 아홉 개의 환상기담
민경수 엮음, 신주혜 옮김 / 작품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환상 같기도 하고 공포 같기도 한 분위기가 흐르는 9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 '클라리몽드'입니다. 에드가 앨런 포나 디포의 소설을 좋아하는만큼 이러한 류의 소설은 나름 꽤 읽어보았다 생각했습니다만, 이 소설에 실린 작가들의 이름이 낯선 걸 보면 아직 멀었나봅니다. 키플링과 디포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의 작가는 그들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커녕 이름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등 작가들의 출신 국적도 다양해서 마치 국가별로 한명씩 선발해낸 작가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군요. 이들은 대부분 18~19세기의 작가들이고, 그런만큼 이 단편집에 소개된 소설들도 제법 연식(?)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때문에 현대인인 저에게는 기이하고 괴상하다기보다는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작품인 아나톨 프랑스의 '성찬제'는 소박한 옛날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유령저택'은 초현실적인 현상을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계몽주의적 사고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네요. '이층 침대' 역시 소박한 공포체험담이라 하겠고요. '유령의 이사'는 독특한 설정과 코믹한 분위기 때문에 가장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중 하나입니다. 뒤를 이은 키플링의 '환상의 인력거'는 가장 깊은 어둠을 보여준 소설이 아니었나 싶네요. '라자루스'는 역사 속 설정과 아련한 분위기가 어울려 긴 여운을 남기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설정이라서 재밌게 읽었네요. '빌 부인의 망령'은 아주 짧은 이야기입니다만 디포의 전형적인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이라서 흥미로웠구요. '클라리몽드'는 인간의 갈망과 좌절이 어우려져 풀려나가는 인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차지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되는군요. '모란등기'는 전형적인 중국의 기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앞서 소개된 서양의 작품과는 아주 다른 색깔이라서 책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짧은 이야기가 이어지는 작은 책입니다만, 잠시 다른 세상을 다녀오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네요. 확실히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여름밤보다 겨울밤이 훨~씬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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