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괴물을 죽이는 법 - 세상의 모든 호기심에 답하는 수학의 핵심 개념 35가지 사이언스 씽킹 1
리처드 엘위스 지음, 이충호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12월
절판



[수학 괴물을 죽이는 법]이라는 장난스러운 제목과 표지를 장식한 깜찍한 카툰 때문에 청소년용의 가벼운 수학교양서로 착각하면 곤란한 책입니다. 사실 목차도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딱 좋습니다. '세상의 모든 방정식을 푸는 법', '스도쿠를 잘 하는 법', '예쁜 아이를 낳는 법'과 같은 목차의 소제목들은 너무나 가벼워 보이거든요. 하지만 왠걸, 이 책은 상당히 진지하게 수학의 역사를 총괄하여 담아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의 제목과 같은 '수학의 괴물을 죽이는 법'이라는 소단원에서는 아벨과 갈루아로부터 비롯된 군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칭으로부터 시작된 군론은 각종 유한 단순군을 발견해냈습니다만 쉽게 분류하기 어려운 크고 복잡한 군들도 발견해냈는데요, 그러한 산재군 중에서 가장 큰 것에 붙은 별명이 바로 '괴물'입니다. 이 '괴물' 안에는 대칭원소가 80 8017 4247 9451 2875 8864 5990 4961 7107 5700 5754 3680 0000 0000개가 들어 있었거든요! 그 외에도 금융시장의 변동성에서 프랙탈 이론을 발견할 수 있음을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버는 법', 인터넷 보안 문제를 P대NP 수수께끼와 연결시킬 수 있음을 '인터넷을 타도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소단원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 챕터가 3~4장 정도고 실질적으로 수학 개념의 극히 개괄적인 부분만을 소개하고 있으면서 이런 제목이 붙은 것은 실상 상당한 낚시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수학이 실제로는 얼마나 실질적인 기능을 하고 있는가를 확실하게 전달해주는 제목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수학 교양서, 그것도 수학 역사서만을 몇 권 본 저에게는 처음 본 수학개념들이 줄줄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깜짝 놀라게 되는 책이었는데요, 다른 것은 몰라도 공식 하나 쓰지 않고 그 개념의 핵심과 의의를 요약하여 제시한 필자의 공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사실 간단히 제시할 수 없는 것을 간단하게 만들려다보니 약간의 조작(?)이 의심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일반인에게 있어 수학 교양서란 수학의 역사적, 철학적 위치를 설정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제게는 오히려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수학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잘 쓰여진 책이 아닌가 해요. 무엇보다 의외라고 할만큼 재밌거든요! 이제 같은 시리즈인 '블랙홀에서 살아남는 법'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상당히 기대가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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