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깊은 상처 ㅣ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평점 :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가 마침내 국내 번역 완간되었네요. 저도 [깊은 상처]를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모두 읽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순서대로 출간된 탓인지 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저도 뒤죽박죽으로 읽어야했던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워낙 캐릭터성이 중요한 소설인지라 개인사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뒷권을 먼저 읽는 것은 재미를 상당히 깎아내는 요소였다고 봅니다. 어쨌든 있는 줄도 몰랐던 독일 미스터리 소설을 알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 특별한 소설이었음은 사실이겠네요.
일단 개인적으로 재밌게 느껴졌던 순서대로 배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4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3권 깊은 상처 > 2권 너무 친한 친구들 > 1권 사랑받지 못한 여자 > 5권 바람을 뿌리는 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최초로 출간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이는군요. 대략 갈수록 재밌어져서 4권에서 정점을 찍고 5권에서 삐끗했다는 느낌이에요. 5권까지 조금씩 조금씩 캐릭터를 키워내고 짜임새를 정교하게 만드는 능력도 향상된 것이죠. 특히 4, 5권은 역사적 배경을 가져다 활용하여 이야기를 풍부하고 깊이있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하겠습니다. 4권에는 나치 부역자가 중요한 인물들로 등장하거든요. 그렇다곤 해도 심각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쓴 것은 아니고 그저 '복수'라는 플롯을 위한 소재로 활용했다고 해야 겠지만요. 사실 이런 캐쥬얼함이 타우누스 시리즈의 매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시리즈 모두가 할리우드 영화 내지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탓에 친숙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죠. 사실 주인공들의 개인사에 자꾸 눈길을 보내는 것도 미드의 특징 중 하나잖아요? 피아와 보텐슈타인의 굴곡있는 삶(?)을 훔쳐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이 소설의 단점이랄까, 시리즈 전체의 공통되는 문제점은 초반부를 읽어가기가 버겁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도 모르겠는 인물들이 줄줄이 나름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독일 이름이라 이름 외우기도 벅찬 판에 이게 무슨 상황인가 혼란스럽기 그지없거든요. 물론 이게 후반부에서 아귀가 맞아떨어지면서 재미를 준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강점이기도 한지라 불평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번 권은 특히 이름 때문에 고생을 했습니다.
사실 5권이 대실망이었던 것은 4권을 읽은 직후에 읽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4권을 너무 재밌게 본 후였으니 말입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맨 나중에 먹어야 한다는 진리(?)를 떠올려봅니다. 이제부터 나올 신간들은 순서대로 읽어나갈 수 있겠지요? 5권의 '삐끗'이 '삐끗'으로만 끝나길, 그래서 6권에서는 다시 상승기류를 타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