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
권오길 지음 / 을유문화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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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하늘색 표지가 눈길을 끄는 책입니다. 소개글을 보아하니 [교수신문](!?)에 3년간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아 낸 책이라고 하는군요. 저자이신 권오길 님은 강원대학교 명예교수시라고 하는데요,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딱딱한 책이 아닐까 걱정되는 건 있었습니다. 책을 펴들고 보니 머릿글에서부터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문체입니다. 옛스런 말투에 우리말과 한자성어가 묘하게 섞여있는 문체랄까요? 과학 교양서에서 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던 문체라서 처음에는 좀 당황했는데요, 읽어가면서 익숙해지니 정이 붙는 것이 신기하군요.



2장 분량 정도의 칼럼을 모은 책이기 때문에 읽어가기는 상당히 수월한 편이더군요. 내용면에서 상당히 넓은 범위의 소재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일단 사람의 신체에서부터 시작하여 빈대, 이, 벼룩, 해삼, 박쥐, 호랑이 등 크고 작은 동물들과 고사리, 진달래, 동백, 목화, 대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뭔가 느긋한 분위기인 듯 하면서도 자연 속 약육강식과 생존경쟁도 여과없이 소개되고 있네요. 과학과 관련된 개념들도 제법 나옵니다만 그다지 어렵지 않은 수준이라서 대중 교양서의 난이도에 맞아떨어지는데요, 저로썬 다양한 고사성어와 속담, 시에 심지어 저자 자신을 체험을 과학 속에 녹여내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습니다. 세균 이야기를 하면서 과거 때밀이 아저씨의 추억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요, 개미귀신을 소개하면서 어린 시절 개미귀신 굴을 들쑤시며 놀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종성유전을 설명하면서 귀를 쫑긋할 수 있는 사람이나 귀에 털이 나는 남성들을 예로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나고, 속손톱 하얀 반달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스는 줄은 모른다'라는 속담으로 시작했던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생물 이야기'라는 제목도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문체와 내용의 책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상식을 얻어가며 재밌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어요. 특히 우리 주변의 동식물에 대해 소개된 내용이 많아서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고요. 가뿐하고 깔끔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에세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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