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생계를 위협하는가 - 누가 진보를 죽였는가!
크리스 헤지스 지음, 노정태 옮김 / 프런티어 / 2012년 10월
구판절판



크리스 헤지스라는 저자는 제게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소개글을 보니 진보적 성향의 언론인이라고 하는데요,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진보' 자체에 대해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는 책이었네요. 독특한 것이 원제는 '진보의 죽음'이라는 날선 것이었던데 비해 번역서의 제목은 조금 더 부드럽게 깎아냈다는 인상입니다. 역의 경우는 많아도 이런 경우는 자주 보기 힘든 것 같아 의아해지기는 하는데요. 내용을 보면 '누가 내 생계를 위협하는가'라는 제목은 독자의 예상을 호도할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차라리 책띠에 쓰여진 '누가 진보를 죽였는가'를 제목으로 했다면 훨씬 이해하기 편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사실 원제의 제목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책은 날카로운 비판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황금기를 맞고 있던 진보주의가 대전 이후 몰락하는 과정이 날선 어조로 그려지는데요, 결국 진보가 노동자를 버리고 엘리트와 결탁하여 대중을 호도하게 된 미국의 현실을 작가는 가차없이 비판합니다. 그 자신, 진보의 최전선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니 그러한 자성적 비판은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군요. 서술상에 독특한 것은 굉장히 다양한 서브텍스트를 인용하여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지성인들의 코멘트와 철학적 사유를 버무려내어 서술하는지라 안그래도 읽기 편하지 않은 책이 더 난해해졌다는 느낌이 드네요. 빨리 읽기보다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어가야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하여 쓰여진 책이고 미국사에 기초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애초 배경지식이 부족한 저로써는 매끄럽게 읽어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쏟아져나오는 인물들의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다만 여전히 진보다운 진보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군요. 최소한 진보가 득세했다가 몰락했으니 말입니다. 진보라는 말에 되지도 않는 해석을 듬뿍 가져다 붙인 끝에 결국 무엇이 진보이고 무엇이 보수인지조차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우리의 현실에 비춰본다면 말이죠. 선거를 코앞에 두고 물흐리기가 한창인 요즘, 머릿속이 더 복잡하지게 만드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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