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7 -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극복하다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7
금현진 지음, 이우일.박소영 그림, 나종현 정보글, 송찬섭 감수 / 사회평론 / 2012년 5월
구판절판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7권은 한국사에서 가장 부끄러운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대표되는 조선 중기 시대입니다. 사실 국치라고 불리는 근대사의 식민지 시대보다도 양란 시대를 더 부끄럽게 느끼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최악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 위정자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피할 수 있었던 전쟁을 야기한 끝에 백성들이 피를 흘리게 했다는 점, 결국 그 명분조차 지켜내지 못하고 왕이 소위 '오랑캐'에게 고두삼배해야 했다는 점, 그리고 이런 일련의 사건 뒤에도 반성하지 않고 사리사욕을 앞세운 끝에 일제 식민지라는 파국으로 달려들어가는 단초를 깔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보면 꼭 개인적이지만은 않을 것 같네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교재라면 당연히 균형감각이 중요할텐데요, 사실 교육자의 입장에서 이 시대를 어떻게 다룰지는 꽤 고민되긴 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용선생 시리즈는 일반적으로 공인된 시각에서 서술해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번 권 역시 그렇습니다.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합니다만 비관적이지는 않은 것이죠. 삼전도비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랬습니다. 수치스럽다 생각하여 쓰러뜨렸던 삼전도비는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에 의해 바로세워집니다만 해방 후에 다시 한번 쓰러뜨리고 땅 속에 묻어버립니다. 그랬던 것이 홍수로 쓸려나가 다시 드러나자 결국 그대로 세워두게 되었다는 것인데요, 한국사를 표상하는 비석의 운명이 기가 막힐 따름이죠. 이 에피소드의 끝에 등장한 마을 노인이 멋지게 한마디 남깁니다. '부끄러운 역사라면 제대로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없애고 감춘다고 역사가 바뀌겠느냐?' 일본이나 미국에 대한 우리의 현재 태도를 생각해볼 때 지금 이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할 교훈이겠지요.



아주 두껍다 할 수 없는 책입니다만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내용이 빼곡하게 이어진다는 인상입니다. 퀄리티 좋은 사진과 그림이 다수 실려있는 것이나 이우일 님의 친근한 만화가 실려있는 점이 자칫 읽기 버거울 수 있는 책의 무게를 잘 조정해주었다고 생각되는군요. 조선 후기의 문화를 다룬 부분에서 김홍도와 신윤복의 민화가 소개되는데요, 실린 그림들이 제법 볼만하더라고요. 잊지 않고 단원의 끝마다 정리노트와 복습용 퀴즈가 실려있는 것은 학습용 도서로서의 면모를 잘 드러낸다고 하겠네요.



한국사 전체를 10권의 분량으로 담아내는 용선생 시리즈인데요, 처음에는 분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부담없이 읽으면서도 실속도 차릴 수 있는 적절한 분량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모범적인 시각을 유지하면서 상당히 고급스럽게 편집된 책이라 겉보기에도 아이들이 탐을 내게 만든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고요. 역사에 관심을 가지려면 흐름과 인과에 주목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그것을 위한 좋은 입문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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