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 - 다소 고전적인 주제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힘이 인상적입니다. 인파이터 같은 소설이네요.

능력자 - 2012 제3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민음사의 [오늘의 작가상] 올해의 수상작입니다. [오늘의 작가상]은 이문열 님의 '사람의 아들' 덕분에 기억에 남게 된 문학상이군요. 하지만 사실 그 외의 수상작들과는 인연이 없었는데요, 민음사 클래식의 광팬인 저입니다만 왜일까 싶기도 하네요. 표지 속 작가분의 사진을 보고 뭔가 코믹하면서도 독특한 작품이 아닐까 예상했는데요, 역시나 풍자소설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었네요.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의 면면을 훑어보면 참신한 작품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소설의 시작은 산만하고 정신없는 말장난의 향연입니다. 신인작가로 등단한 '나'는 먹고 살 수단이 없어 자신의 필력을 '야설'로 발휘하여 먹고 사는 인물입니다. 그런 인물이다 보니 사방팔방 자신부터 사회에 이르기까지 사정없이 시니컬하게 씹어(!)댑니다.(물론 속으로만...) 무엇보다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그리고 더욱 작아져만 가는 자신을 혐오하는 '나'의 이름은 하필 '남루한'이군요. 그런 그의 주변인물은 개성이 강하다 못해 비현실적인 인물로 차고 넘치는데요, 그런 인물 중 하나인 아버지의 소개로 역시 '공평수'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죠. 라이트 복서로써 반칙으로 밴텀급 챔피언에 올랐다가 단 한번의 방어전도 버텨내지 못하고 바로 은퇴한 뒤, 강남 제비로 먹고 살다 이제는 '초능력자'라고 자청하며 매미의 파동 에너지를 제품화하는데 열을 올리는, 소개하기도 숨막히는 인물이지요. 그런 그는 '나'에게 자서전을 대필해줄 것을 부탁하는데요...

다소 기괴하며 말장난이 넘치는 전반부는 중반에 이르러 '급반전'되어 무거운 후반부로 이어집니다. 사실 전반부를 읽어가면서는 괴이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었더랬습니다만, 후반부에 가보니 소설 속 메시지는 어찌보면 고리타분할 정도로 고전적인 것이더군요. 작가가 펼쳐내는 말장난은 사실 제 취향이 아니었고, 고식적인 메시지는 질색하는 저인지라, 이 소설은 정말 제 취향이 아닌 소설이 되었어야 했는데요, 뭐랄까... 신기하게도 마지막 책장을 덮는 마음이 제법 찌릿하더라고요.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이야기 풀이가 메시지에 힘을 불어넣어 마지막에 묵직한 훅을 불어넣었다는 느낌일까요? 고전적인 주제에 '고전'이라는 말이 붙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적절한 이야기가 뒷받침된다면 어느 시대, 어느 장소든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주제인 것이구나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다곤 해도 독특한 말놀이로 치장한 평평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좀 더 입체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었거든요. 어쩌면 작가상에 응모하는 작품이기에 이러한 전략을 택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2년' 후에 나오게 될 후속작에서는 좀 더 활짝 날개를 펼치시려나요? 기대해보겠습니다.



P.S. 그런데 작가 후기를 깔깔 웃어가면서 읽고 난 후에 후기 속 당부와는 다르게 서평을 올려버렸으니 작가분께서 원망하시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