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3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기풍 미생 3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1월
절판



윤태호 님이 다음에서 연재하고 계시는 '미생'이 마침내 3권까지 출간되었군요. 웹툰의 단행본이 출간되는게 흔한 일이 된 요즘입니다만, 이 작품의 경우 아무래도 전작인 [이끼]의 성공이 든든한 뒷받침 역할을 해준 것이 사실일 듯 합니다. 하지만 뜬금없이 바둑을 밑바닥에 깐데다가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풀어낸, 어찌보면 '평범'한 이야기라는 점을 알게 되면서 다소 당황스럽기도 하더군요. '미생'이라는 알쏭달쏭한 제목도 당황스러움에 한몫했겠구요



사실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많은 독자들은 물론 작가 분께서도 초반에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것이 갈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되었네요. 사실 이 만화의 호소력은 바로 '평범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극히 사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한 것이겠지요. 저는 샐러리맨이 아닙니다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특히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네요.



만화라면 보통 캐릭터가 가지는 호소력이 독자를 사로잡는 주요한 요인인데요, 평범하게 생긴데다 눈이 반쯤 쳐진 신입사원 주인공은 밋밋하기만 했지요. 주변인물 역시 오과장의 섬뜩한 붉은 눈을 제외하면 평범하게만 보이고요. 사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런 캐릭터가 등장해야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의 개성은 아쉬웠는데요, 다행스럽게도 3권에서는 등장인물들이 제법 강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는군요. 장그래는 물론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도 한가닥 하기 시작하거든요. 물론 아직까지는 신입사원 따위, 상사들의 후광에 휩싸여 정신 못차리고 있을 따름이지만요.


이번에도 폐부를 찌르는 대사들이 적잖게 등장합니다.

[그렇게 커 보이던(늙어 보이던) 상사들이... 어려 보인다.]

[스스로 설득되지 않은 기획서를 올리는 것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거죠.]

[기획서는 쓰지만... '되면 어떡하지?']

인용하기에는 너무 길어 생략합니다만 직장생활이 왜 미생인지 설명하는 부분도 등장하네요. (사실 바둑을 전혀 모르는 저는 바둑 이야기가 이해도 안가고 공감이 안되어 아쉬움이 있네요. 앞으로도 바둑에서 유추되는 이야기들이 등장할 것 같은데 조금 걱정되기는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하기만한 대사들이 만화 속 상황 안에서 생명을 얻고 감동을 주는 것을 보면 윤태호 님이 저력있는 만화가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허영만 님의 만화와 유사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전혀 다른 개성을 보여주네요. 최소한 저는 한국 만화에서 이런 성격의 것은 처음 보았다는 느낌입니다. 아주 긴 만화로 기획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듭니다만, 지금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더욱 진화해가기를, 또한 예측보다 오래 연재되기를 하고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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