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 추리보다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크군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ㅣ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현정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0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최고 인기작인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2'가 나왔습니다. 책띠에도 쓰여있습니다만 1편의 경우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요, 저 역시 책을 읽은 후에 드라마도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카게야마 역에 사쿠라이 쇼를 캐스팅한 것은 이미지의 차이 때문에 다소 의아했습니다만 능청스런 연기 덕에 후반부에서는 위화감조차 잊을 수 있었고요, 호쇼 레이코 역의 기타가와 게이코는 두말할 것 없는 최고의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을 나중에 보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이 작품의 경우는 드라마가 색다른 맛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케이스였다고 보는데요, 성공의 요인을 원작에서 찾아보자면 추리라는 내용이 아니라 빼어난 캐릭터성 때문이었다고 생각되는군요.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내고 재활용하지 않을 리 없으니 후속작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라고 보았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이렇게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은 대부분 다작의 성향을 보이는데요, 히가시가와 도쿠야도 거기서 빠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년에 몇권이나 되는 책을 내고 있거든요. 그런 경우 대부분 우려하게 되는 것이 작품의 질 저하인데요, 도쿠야의 경우는 so-so라고 보이네요. 어느 작품이든 엉성하지는 않습니다만 한방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거든요. 그런 아쉬움을 '수수께끼...'는 캐릭터성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 덕에 이 작품이 작가 최고의 인기작이 된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추리소설이라는 부분에서만 보면 이번 작도 범작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의 동요 없이 담담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니 말입니다. 테이블 탐정 가게야마의 추리는 분명 빈틈은 없습니다만 작위적이고 단편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작가가 머릿속에 만들어둔 퍼즐을 역으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데요, 여기에는 독자가 머리를 써서 범인을 궁리해볼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추리라는 면에서만 보자면 독자가 느끼는 재미는 1권보다 적다고 봅니다.



결국 저로썬 레이코-가게야마-가자마쓰리의 삼인방이 벌이는 활극이라는 면에서 재미의 포인트를 찾게 됩니다. 다들 말그대로 변함없는데요,

가게야마는 물론 이렇게 말합니다만....

결국 이렇게 말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치 못한 독자는 없겠지요. 레이코는 가게야마 앞에서는 변함없이 가련하게 파들파들 떠는 무력한 소녀일 뿐입니다. 독자로썬 피식 웃지 않을 수 없겠지요. 다만 의외랄까, 드라마에서는 당연스럽게 가게야마-레이코의 러브라인이 형성되었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의외로 가자마쓰리-레이코의 라인이 드러나고 있네요. 물론 레이코는 가자마쓰리 경부라면 치를 떱니다만 전작에서는 레이코를 괴롭히던 가마자쓰리가 이번 작에서는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있거든요. 거기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경부가 '은빛 갑옷의 기사님'의 역할까지 하게 되니 말입니다!

드라마 속 오리지널 에피소드가 2편에 등장하는 것은 반갑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보통 이런 경우에는 작가의 게으름(?)을 비난하는게 저의 일반적인 반응니다만, 반가움까지 느끼게 되는 건 아마도 제가 드라마를 좋게 봤다는 반증이기도 하겠네요. 변함없이 유쾌하게 읽어갈 수 있는 소설이었고요, 이 가벼움은 변함없이 호오가 갈리는 요소일 것 같습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입니다만, 매력적인 캐릭터는 잘 짜여진 이야기 못지않게 독자를 휘어잡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네요. 이미 캐릭터에 반한 저로썬 드라마 시즌2와 3권의 출시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