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 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제윤경.이헌욱 지음 / 부키 / 2012년 9월
품절



일본의 거품 붕괴, 우리나라의 IMF 사태, 미국발 경제 대란이 줄줄이 터져서 경제란이 일상화된 느낌입니다. 국가도 다르고 원인도 다르겠습니다만, 셋 다 그 근간에서 가계부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공통점이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 미국발 대란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입니다. 근래의 경제 흐름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전차를 밟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할텐데요,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부채 문제를 차근차근 짚어보는 이 책이 눈에 띄는군요.



책의 머릿말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빚 때문에 개인 희생을 권유받은 사람에 대한 일화였는데요, 당사자 부부는 다른 방법이 없음에도 개인 희생을 피하고자 합니다. 자신이 잘못해서 빚을 냈는데 탕감받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더구나 그것을 공개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가치관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뉴스가 얼마 전에 이슈가 되어 기억에 남습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인데요, 순자산이 8천만 달러나 되는 그가 파산 신청을 한 것은 패배한 소송으로 인한 배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개인적 입장에서의 도덕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우리는 아직까지 개인의 경제문제를 사회제도 안에서 보는 인식이 부족함을 깨닫게 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러한 인식 구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것이 늘상 경제적 약자에게 가혹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경제적 강자의 입장에서는 경기가 좋을 때든 나쁠 때든 항상 당당하게 제도적 이점을 누립니다만, 약자는 경기가 나빠지면 한순간에 제도로부터 소외되어 버리는 것이죠. 저자는 이러한 실태를 적나라하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특히 개인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워크아웃 제도가 결국 개인을 채무 노예로 전락시키고 마는 현실은 개탄할만 합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제도란 강자의 양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수단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라는 모 경제학자의 말을 떠올리게 되네요.



정론과 상식론에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명쾌한 주장을 펼치는 책입니다. 이러한 저술 태도는 저자가 이 책의 독자를 누구로 상정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르다면 사회가 약육강식의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당연한 논리겠지요?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대중을 착취하여 소수에게 부를 돌려주는 구조라면 그런 구조는 당장 뜯어고쳐야 할 것입니다. 한번쯤 정독하고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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