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구판절판



우리나라에서 일본, 미국을 제외하면 그 다음으로 인기가 있는 소설가가 많은 나라가 바로 프랑스가 아닐까 합니다. 그 중 유독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도 있는데요, 이 책을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워낙 사랑을 받다보니 그의 근작 소설에서는 보은(?)의 표시로 꼬박꼬박 한국인 캐릭터가 중하게 등장할 정도죠. 다작 작가인데다 내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이다 보니 대표작이라고 꼽을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습니다만 저로썬 역시 첫 작품인 '개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 후 쓰인 다른 모든 소설은 개미의 변주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그의 사상과 야심이 모두 담겨있는데요, 그 야심 중 하나가 우주를 담아내는 백과사전이었지요.



작중 주요인물이 집필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개미'는 물론 그 후의 소설에서도 끊임없이 인용된 것이 바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인 것이죠. 놀랍게도 베르베르는 이 책을 실제로 출간하기도 했는데요, 10년 전 당시에 제법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특한 그의 정신세계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습니다만 사실 백과사전이라 하기에는 내용면에서도 분량면에서도 빈약하다 하지 않을 수 없었죠. 다소 실망해서 상징적인 의미로 기억해두고 넘어가자 했었는데요, 베르베르의 야심은 끝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증보판을 냈으니 말입니다.



판형은 살짝 작습니다만 책의 두께는 엄청납니다. 거의 사전급의 두께인데요, 비로소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게 되었다는 소감이네요. 구성은 전판과 다르지 않은데요, 그가 떠올린 온갖 것에 대한 단상을 짤막하게 써내려간 글이 꽉꽉 들어차있습니다. 일관성이라곤 하나도 없는 것이 그답다 싶기도 합니다만, 어떤 것에든 그가 가진 철학과 가치관이 드러난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만약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이라는 항목에서 이토록 넓은 우주에 지성체가 우리뿐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경이로움을 표합니다. 인간 존재의 신비에 대한 이러한 그의 견해는 다른 소설에서도 여러번 등장했지요. 시니컬함도 빠지지 않습니다. 서양인들이 순진한 이누이트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소개하는 짧은 글을 통해서 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의식이 다시한번 등장하지요. 물론 유머도 빠지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면, 상대적인 것도 상대적이므로, 상대적이지 않은 절대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결론이 나온다는 제논식의 역설은 웃음과 생각할거리를 동시에 안겨줍니다.



백과전서에 대해 소설가들이 가지는 전통적인 욕망이야 여러 고전소설이나 유명작가의 말을 통해서 제법 알려져있습니다만 실제 그런 백과사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을 할만큼 괴짜인 사람은 베르베르 정도인 모양이다 싶네요.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고 아마도 완성이란 것은 있을수도, 있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할 사람이 베르베르입니다만, 그렇기에 그는 살아있는 한 이 책을 계속 증보하여 내겠다고 마음먹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덕분에 저같은 독자는 기다림과 즐거움을 함께 누려야되겠군요. 그가 앞으로 어디까지 세계를 담아낼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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