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시트콤 - 상식을 뒤집는 14가지 물리학
크리스토프 드뢰서 지음, 전대호 옮김, 이우일 그림 / 해나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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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트콤]을 읽고 나서 '이거 과학 콘서트, 아니 물리학 콘서트 나오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떤 책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 후속작이 나오게 마련이고, 수학과 가장 가까운 영역이라면 역시 물리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제목부터가 ...콘서트 시리즈를 연상시키도 하고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떡하니 [물리학 시트콤]이 출간되는군요. 별건 아니지만 왠지 복권 맞춘 기분인데요.



당연하게도 이 책은 전작과 거의 유사한 구성을 보입니다. 시트콤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우선 실마리가 될 이야기가 펼쳐지고요, 이야기 속에서 특정한 물리학 개념이나 물리적 상황이 소개됩니다. 전작에서도 이 부분의 이야기가 너무나 매끈한데 감탄했었는데요, 이번에도 저자의 글솜씨가 어디 가지는 않는군요. 반드시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언론사의 편집자나 기자의 필력은 왠만한 작가를 능가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한 이야기의 본격적으로 물리학적 풀이가 이어지는데요, 아무래도 제법 수식이 등장하는군요. 눈으로만 보고 넘어갈 수도 있도록 쓰여져있습니다만, 역시 펜을 들고 써보지 않으면 실감이 나지 않아 연습장을 펴게 되더군요. 아마도 전공자나 수학을 좀 하시는 분이라면 그냥 읽어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처럼 수학과의 거리가 꽤 멀어진 사람은 술술 읽어내기는 어려운 정도의 난이도라 하겠습니다.



등장하는 이야기는 총 14개인데요, 색깔이 제법 다양합니다. 예컨대 첫번째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 일화를 각색한 것인데요, 해설에서 저자는 아르키메데스의 방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대상의 정확한 부피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일종의 우상깨기라 할텐데요, 의심할만한 구석이 있는 이야기임에도 아무 생각없이 믿고 있었던 저는 좀 찔끔했습니다. 확실히 사람은 한번 무언가를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리면 의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니 옛사람들의 미망을 함부로 비웃을 수가 없군요. 이런 데서 과학의 합리적 의심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기도 할테구요. 그러고보니 세번째 이야기도 상식을 비웃는 이야기였네요. 자동차가 벽에 부딪혔을 때와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 충돌했을 때의 손상도를 비교하는 이야기였는데 음... 저는 또다시 허를 찔려 민망했습니다. 역시 직접 검증해보지 않고 쉽사리 유추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더군요. 전반부는 이처럼 고전적 물리학을 다룹니다만 후반부는 상대성 이론이나 양자역학 등 좀 더 난해한 물리학을 다룹니다. 왠만한 수식으로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인지라 개념적으로 흘러가다보니 수식은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읽는 속도는 더 빨라졌습니다만 ... 뭔가 찜찜하군요. 흑...



아무튼 너무 쉬운 내용을 쉽게만 쓰는 책은 사실 읽는 재미가 없는데요, 난이도 설정을 잘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적당히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포기할 정도의 어려운 주제는 잘 피해가거든요. 무슨 책이든 읽는 재미가 중요한 법, 전작처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고 싶네요.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좋은 책을 만드는데는 역시 저자의 필력이 결정적인 것이구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후속작 다시한번 기대해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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