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절판



이우혁 님의 신작이 나왔네요. [쾌자풍]이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제목이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쾌자란 조선시대 포졸이 입는 복장이라는군요. 이번 작품은 조선시대의 한 포졸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벌이는 좌충우돌의 모험을 가볍게 그려내는 활극풍의 풍자소설이라고 합니다. 그간 이우혁 님의 소설에서 개그 욕심이 살짝 엿보이곤 했는데 본격적으로 도전해보기로 마음을 먹으신 것 아닐까 싶군요.



소설은 중국 명나라 때의 '탈문의 변'이라는 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무능하여 한번 폐위된 왕이 쿠데타를 일으켜 다시 복위한 뒤 자신을 폐위시킨 자들에게 보복을 한 사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팩션인지라 독자가 당대의 시대상황을 다소나마 이해하는 것이 재미를 더해줄 텐데요, 그래서 저자는 각 장의 첫머리에서 이처럼 역사적 상황을 요약하여 설명해주고 있더군요. 아무튼 탈문의 변 이후 30년이 흐르고 명은 명군 홍치제의 통치기에 접어드는데요, 갑작스레 조정의 고위인사가 하나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엽호와 남궁수라는 두 명의 하위무관이 조선으로 가게 됩니다. 그들이 마침내 조선 국경 근처에 이르렀을 때 '덩'을 밟게 되는데요, 그 '덩'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지종희입니다.



이 책의 포인트는 결국 주인공 '지종희'라 하겠습니다. 퇴마록의 승희에서부터 낌새가 보였습니다만, 왜란종결자의 호유화나 파이로 매니악, 바이퍼케이션의 인물들을 보면 작가가 선악의 경계선에서 모호하게 비껴나 있는 변덕스런 캐릭터를 그려내는데 관심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지종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합니다. 국경지방에서 말단포졸일을 하고 있는 그는 타고난 잔머리와 비열함을 적극 활용하여 조선 백성들은 물론 지역 군관들, 심지어 여진족에 이르기까지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는 소마왕입니다. 1권은 엽호, 남궁수와 지종희의 만남을 그려내고 있는데요, 지종희의 마수에 제대로 걸려든 불쌍한 두 무관의 굴욕은 눈물겨울 정도네요.



1권은 지종희가 제꾀에 걸려 명나라로 가게 될 것을 예고하며 마무리되고 있는데요, 실제 중심이 될 사건의 면모가 드러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네요. 작가의 후기로 보아 다소 비열하지만 나름의 원칙을 지키며 사는 지종희가 명나라에서도 계속 좌충우돌할 모양인가 봅니다. 그런 그가 자신도 모르는 새 역사의 흐름을 크게 바꾸게 되는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작가의 의도이구요. 1권만 읽고 평하기는 섣부른 부분이 있겠습니다만, 그닥 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실 그간의 소설을 보면 이우혁 님의 개그구사력은 뛰어난 편이 아닙니다. 엎치락뒤치락 하는 사건을 그려내는 솜씨는 나쁘지 않습니다만, 그것이 아주 웃기냐면 그렇지는 않거든요. 해학을 중심에 두는 이 책에서 개그가 함량부족이라 느껴지는 것은 아쉽게 느껴질 수밖에 없네요. 특히 지금까지 그려진 지종희의 모습은, 나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정겨운 인물이 아니라 그냥 개X끼라는 것도 불안하고요. 악인 캐릭터라도 주인공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 면모가 있어야 할텐데, 2권부터는 좀 바뀌겠지요? 본격적으로 음모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이우혁 님의 이야기 짜기가 힘을 얻을 테고요. 과연 악연으로 만난 세 인물이 어떻게 합심하여 난국을 극복해나갈지, 2권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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