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소영 옮김 / 이덴슬리벨 / 2012년 9월
절판



꽤 예전의 얘깁니다만, 한때 MBC의 모 프로그램 덕에 전국민에게 책읽기 열풍이 몰아닥쳤던 적이 있었죠. 그 프로그램의 여파가 얼마나 강했던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느낌표 추천도서'라는 말이 가끔 들려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히트였던 책이 정재승 님의 '과학 콘서트'와 바로 이 책의 저자가 쓴 '내 생애의 아이들'이 아니었나 합니다. 저 역시 상당히 인상깊게 읽은 책이었습니다만, 그 후론 가브리엘 루아라는 이름을 다시 듣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로 다시 만나게 되었네요.



단호하게 말하건대 이 책은 '내 생애..'보다 훨씬 깊고 넓고 강렬하게 마음을 울립니다. 전작과 비슷한 구성으로 비슷한 화자가 이야기를 끌어갑니다만, 확연히 묵직하게 울리는군요. 조그마한 소도시에 사는 가난한 소녀 '크리스틴'이 할머니, 이웃 할아버지, 어머니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아가는 삶의 진리가 4편의 단편으로 펼쳐지는데요, 불가해한 삶과 불가피한 죽음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런 섬세한 언어로 펼쳐낼 수 있는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을 읽다 눈물을 흘린지 너무나 오래되었기에 메마르고 무뎌진 스스로에 대해 아쉬워하곤 하는데요, 진정한 이야기는 그런 마음이라도 다시 녹일 수 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두번째 이야기 '노인과 아이'에서 크리스틴과 생 틸레르 할아버지가 호숫가에서 나누는 영감이 가득찬 대화는 잠시 책을 덮고 떨리는 마음을 추스른 후에야 계속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멀지 않은 끝을 바라보는 할아버지가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는 소녀의 마음에 삶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무거움을 깨닫게 합니다. 단지 편린을 들추어본 것만으로도 울음을 참지 못하는 소녀입니다만, 그럼에도, 미래와 삶에 대한 기대를 소중히 키워나가는 소녀의 독백은 날카롭고 섬세하기 그지없지요.



책을 마무리 지은 후 지나치게 감상에 빠졌던 것이 아닌가 싶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작가의 문장력에 도취되어 취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만, 이야기가 울리는 아름다움은 조금도 바래지 않더군요. 잊고 지냈던 작가를 더욱 아름다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요? 잊고 지낸 것 자체가 미안하고 안타까워지네요. '데샹보 거리'라는 작품이 가브리엘 루아의 또다른 대표작이던데요, 찾아보니 출간이 된 작품이라 얼른 주문했습니다.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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