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구스타프 말러를 만나다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만든 역사적 만남들 휴먼테라피 Human Therapy 34
이준석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8월
장바구니담기



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해선 안된다는 서양속담이 있습니다만, 제목이 주는 인상이란 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곤 하는 게 사실입니다. 저 역시 프로이트와 말러라는 이름이 함께 등장하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결정해버렸으니 말입니다. 세기말의 상징과 같은 말러입니다만 이런 현대적 감성 때문에 말러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것이 근대와 현대를 구분짓는 이정표인 프로이트의 이름과 나란히 놓이니 매력이 장난이 아닐밖에요. 사실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일화가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야심차게 작곡한 교향곡 1번이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실패한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들게 되는데요, 당시 최신과학이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은 심리학 의사가 최면술로 그의 우울증을 치료해주지요. 그렇게 자신감을 회복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통해 폭발정인 성공을 거두게 되고요. 상당히 유명한 이 이야기니만큼 클래식 애호가라면 이 책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목과는 다르게, 라고 할까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프로이트만이 아니더군요. 다양한 유명인사와의 만남을 표식으로 삼아 3명의 인물의 삶이 차례대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죠. 메스머, 프로이트, 코헛이 그들입니다. 이들은 각각 정신분석학의 기반을 닦고, 정립하였으며, 전환점을 만든 사람입니다. 저자는 이들의 인생을 살펴봄으로써 정신분석학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죠. 프로이트야 워낙 유명하고 메스머도 최면을 뜻하는 영단어 mesmerize의 어원이 된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코헛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자기 심리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관심이 가더군요.



메스머는 정신질환을 귀신들림의 증상으로 생각하던 시대에 그것을 분석하여 과학적인 원인을 찾아내려 한 사람이었습니다. 모차르트의 첫 오페라인 '바스티앙과 바스티엔느'를 초연하는데 경제적인 지원하기도 했던 그는 '자기요법'이라는 이름의 치료법으로 여러 사람을 치료했는데요, 물론 정신질환의 원인에 대해서는 잘못 파악했던 것입니다만 이 치료법은 일종의 최면치료였으며 결과적으로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프로이트의 삶 역시 이 메스머의 만남을 시작으로 하여 소포클레스, 말러, 아인슈타인, 발자크와의 관련성을 통해서 그려집니다. 코헛은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던 정신분석을 이어받습니다만 '자기-대상'이라는 새로운 발상에서 출발하여 '자기 심리학'을 제창해냈는데요. 이 과정 역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씨줄 날줄처럼 얽혀가며 묘사되고요. 메스머도, 코헛도 이해하는데 '자기'가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는 점이 재미있네요. 한자는 다릅니다만...



정신분석의 흐름을 충실히 그려냈다는 점이야 그렇다치고 이 책은 의외의 매력을 보여줍니다. 문학적이고 예술적인 향기고 퐁퐁 솟아나거든요. 일단 저자가 글쓰기에 능숙하다는 것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글이 수려합니다. 세 인물이 살던 장소의 사진을 풍부하게 담아낸 것은 물론이고 문학고전의 일부를 인용하여 적절히 활용하기도 합니다. 편집을 비롯, 디자인도 수려해서 눈이 즐거운 책이었습니다. 의외랄 정도로 상쾌하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