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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두 번째 비글호 여행 1 -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6
루카 노벨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비룡소 / 2012년 7월
절판
근대와 현대를 구분짓는 기준으로 삼는 3명의 거장이 있지요. 정신분석학의 프로이트, 상대성이론의 아인슈타인 그리고 진화론의 다윈이 그들이지요. 당대에 얼마나 혁신적이었나를 차치하고서라도 최근에 이르기까지 진화론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간되는 책이 얼마나 많은가를 보면 그 저변의 풍부함도 알 수 있습니다. 어릴 적 그의 전기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만, 특히 그가 비글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하며 진화론의 기반을 닦았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죠. 사실 백수라고까지 할만했던 청년 다윈이 대석학이 되는데 있어 비글호 여행이 가지는 비중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다윈은 비글 호를 타고 말그대로 세계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5년에 걸친 긴 여행이었죠. 이 책은 현대에 그 궤적을 따라 밟아보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리 교통이 발달했다곤 해도 그 긴 거리를 다 따라 돌기는 버거웠던지, 학술적으로 의미가 큰 남아메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을 진행한 것이더군요. 그것만으로도 - 얇기는 합니다만 - 두 권 분량의 책이 되었네요. 실제 이 책은 작가, 생물학자, 철학자, 화가, 사진기자, 청소년까지 여러 명이 일행을 이뤄 여행한 답사기입니다만, 소설적 재미를 높이기 위해 가상의 다윈을 동반시키고 있어요. 청소년 교양서인만큼 눈높이를 맞춘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 책은 청소년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입니다. 일단 두께도 얇은 편이고, 편집상으로도 여백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남아메리카 곳곳의 사진은 물론 유려한 그림들도 풍부하게 실려있죠. 글 자체도 짧은 호흡의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쉽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내용을 보자면 진화론 자체에 대한 소개는 의외랄 정도로 실려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남아메리카의 문화나 환경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혀랄 정도로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 책이에요.
1권은 파타고니아에서 티에라델푸에고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있는데요, 대략 남아메리카의 중동부지역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윈의 비글 호 여행에 동행했던 인물에 대한 소개, 이 지역 인디오의 생활에 대한 해설, 마젤란의 여행 흔적의 발견 등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더군요. 그에 더해 이야기에 진화론은 물론 환경문제, 정치문제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이 특히 마음에 들더군요. 아이들에게 권하기 딱 좋은 책임은 물론이고 권하기 전에 한번 읽어봐도 좋은 책이라는 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