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구판절판



바닷가에 전당포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당포에는 마법사가 살고 있습니다. 그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듣고 그 대신 돈을 주지요. 그리고 그 추억은 아이의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20살 전까지 그 돈을 갚으면 추억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살 생일이 지나는 순간 되찾지 않은 추억은 불가사리가 되어 바닷속에 가라앉지요. 그리고 다시는 전당포를 볼 수도 없고 전당포가 존재했다는 기억조차 잊어버리게 됩니다.



매우 동화적이고 그만큼 확실한 설정으로부터 소설은 출발합니다. 사실 설정만으로 이 소설의 흐름은 절반 이상 결정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 예상에 대부분 맞아떨어지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소한 순간을 살아가며 그 일상성에 지겨워하는 아이들은 다른 욕망을 위해, 상처입지 않기 위해 그 추억을 마녀에게 파는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추억을 사는 마녀에게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는 한 소녀가 등장하구요. 이 소녀를 중심으로 전당포를 드나드는 몇몇 아이들의 성장기가 이 소설을 끌어가게 됩니다. 그 과정은 담담하고 편안하고 한편으로 그림처럼 아름답게 묘사됩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일본의 멜로 영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큰것보다 소소한 것들이 더 인상적이고 감동깊게 기억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지요.



혹여 이런 소개에 마녀를 악인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으실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녀야말로 어린 시절 추억 자체인걸요. 갑작스레 떠오른 과거의 추억, 다시는 돌이킬 수 없기에 오히려 그 편린이라도 느껴보고 싶어 눈물지어본 사람이라면 알 아련함이 마녀의 표상입니다. 추억을 사는 마녀에게 의문을 품었기에 마녀를 이해할 수 있었던 소녀와,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누구보다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마녀의 이별은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애틋한 장면이지요.



성장소설이라 일컬어지는 많은 소설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인데요, 과연 성장소설이 청소년을 위한 것일 수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성장의 많은 부분은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소년은 소설을 보고 성장의 한부분 한부분을 알 수는 있겠지만 마음깊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성장소설은 결국 과거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을 위한 소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 역시 그렇게 과거를 그리워하는 어른들의 애잔함을 흔들어주는 소설이네요.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그렇기에 직접적으로 마음을 치고 들어오는 소설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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