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절판



얼핏 대죽으로 만든 도시락통처럼 보이는 책, '도시락의 시간'입니다. 표지의 단정한 모양새만으로도 책의 분위기를 짐작케 하네요. 우리나라에서 도시락 하면 연상되는 것은 학창시절이 가장 클테고, 다음이 직장인의 생활비 절약이 아닐까 싶네요. 하긴 나이가 좀 있는 분이나 학창시절을 연상하지, 요새는 급식을 하고 있으니 학생들로써는 도시락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편의점의 도시락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이미 우리에게 있어 도시락은 또 하나의 잊혀져가는 문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에 가본 적도 없는 주제에 일본 문화에 대한 간접경험이 많은 세대인지라, 일본에서의 도시락의 위치는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도시락은 음식의 외형적 변화에 가깝습니다만, 일본인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음식문화로 정립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때문에 이 책에서 도시락에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의 폭이 상당히 크리라 예상하게 되더군요. 실제로도 그랬고요.



책은 40여명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도시락을 공개하고 거기에 담긴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습니다. 정면에서 찍은 전신사진과 그의 도시락을 나란히 배열하는 첫장은 상당히 강렬합니다. 전체가 일부를 반복하듯, 도시락이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줍니다. 도시락이 다양하듯, 인물의 면모도 다양하기 그지없는데요, 어린아이, 할머니, 회사원, 역장, 종교인, 춤꾼, 해녀, 심지어 외국인까지 등장하네요. 어찌보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진폭이 크지 않음에도 도시락 위에 얹어 조곤조곤 속삭이는 그들의 말은 감동적입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하는 삶의 모습이 우리와 다르지 않으니, 공감하며 함께 감정을 나누는 것도 당연한 것일까요?



할아버지가 만든 수수한 주먹밥도 있습니다만 평상시에 이런 도시락을 먹는단 말야? 싶은 생각이 들정도로 알록달록 화려한 도시락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주인공이 살짝 연출한 도시락도 있는 것 같기는 해요. 간간히 자백(?)하시는 분들이 있으시거든요. 사실 요기 등장한 도시락 반만 되도 우리 눈에는 엄청나게 보일 것 같습니다만..) 잘 찍은 사진이 도시락을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여주고 있기는 합니다만, 본질적으로 일본의 음식은 정말 색감을 중요시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표지는 수수한 책이지만 한장 들추고 나면 이보다 화려할 수 없는 책이 되어버렸네요. 일본의 음식문화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고, 그 속에 담긴 일본인의 정서 역시 깊이있게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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