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와 성 소수자 인권운동
김조광수.김도혜 지음 / 알마 / 2012년 6월
품절



근래 알마에서 유명인물의 인터뷰집을 꾸준히 발간하고 있네요. 사실 인터뷰집이라는 형식이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닌지라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기나 자서전에 비해 해석하여 채워놓은 부분이 적은 ,날것의 맛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더군요. 항상 하얀 표지였는데 이번에는 까만 표지이기도 해서 이어지는 시리즈인지 살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이번 책은 감독이자 제작자.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로 유명 한 김조광수 님의 인터뷰집입니다.



제목부터가 대담하고 솔직한 이 책은 김조광수라는 인물의 개성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게이로써의 그의 이야기가 중요한 한 축이 됩니다만, 못지않게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으로써의 그의 이야기가 무겁게 다루어집니다. 책의 시작부터가 상당히 강렬한데요, 그가 연하의 애인을 위해 티벳버섯 통의 요구르트를 덜어내어 꿀을 섞고 카피를 끓이는 장면 묘사이지요. 사실 그의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상당히 닭살돋는(?) 면이 있으신 것은 확실해보이네요^^; 어릴 적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가던 시기의 이야기는 그의 이런 성격을 반영하듯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스러운 데가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사이 지금보다도 더 보수적이던 시절, 많은 상처를 감수해야 했던 예민한 시절의 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본격적으로 사회에 뛰어든 이후, 그의 운동권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가 민주화 동에 적극적인 인물이었던 것은 몰랐거든요. 인권운동은 그가 감독이라는 사회적 직함을 가지고 있고 게이라는 소수자의 입장에 있는 만큼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뿌리가 대학시절부터 이어져온 것인줄은 몰랐던 것이죠. 그가 아직 커밍아웃 하지 않았던 시절,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언행을 하여 내외적으로 상처를 받아야 했던 장면에서는 뭐라 할 말이 없더군요. 그 후, 그가 제작자와 감독으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시기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가 청년필름의 제작자인 줄 몰랐던지라 제가 즐겁게, 인상깊게 감상했던 많은 영화들이 그의 제작 하에 만들어졌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네요.(이것저것 몰랐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네요..) 감독으로써의 그의 역량은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 편이었는데요, 그가 분투하는 이야기를 읽어 가면서 제작자로써의 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만 맘에 걸리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아무리 봐도 영화 홍보를 위해 맞춘 듯한 출간 일정 그리고 노골적으로 영화를 광고하는 책의 띄지부터 시작해서, 스케치 프리뷰라는 이름으로 계속 소개되는 영화의 내용은 그다지 마음에 안드네요. 이런 광고가 인터뷰집으로서의 이 책이 가지는 진지함을 흐린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물론 영화 자체가 소수자 인권운동의 일환으로써 해석될 부분이 있습니다만, 이 책이 그런 해석조차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면 지나친 생각일까요? 드라마 PPC 때문에 짜증이 나있어서 제가 민감하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리고 부록으로 실린 군 로맨스 이야기는 (그것이 실화에 기반했다고는 하지만) 이 책에 실릴만한 것인가 의심스럽습니다. 소녀적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30페이지 가까이 싣는 것이 김조광수라는 인물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동인녀를 위한 배려라고 봐야되는 걸까요... 이 외에도 성소수자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낳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계속 눈에 밟히더군요. 물론 그가 감독이고 이 책이 인터뷰집이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이런 지적이 그에게 향하는 것이 부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개인적인 아쉬움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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