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살기 5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절판



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집을 떠나 살았네요. 시골 출신이라 고등학교가 너무 멀어 근처에서 하숙을 했거든요. 대학은 서울로 올라와서 기숙사와 학사, 하숙, 자취 등을 하며 지냈고요. 졸업 이후로는 죽 혼자 살고 있고요. 그렇게 따지면 자취경력 10년 이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에험!!) ..... 이라고 하기엔 조금 쓸쓸하긴 하군요. 그래서인지 5년 정도 자취하고서 책까지 내다니 비웃어주고 싶을 따름입니다 (피식!!!) .... 이라고 하기엔 여성, 그것도 일본인이 홀로 사는 모습은 어떨지 왠지 관음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관심을 끄는 책이에요.



처음에 책을 손에 들고 책장을 왼쪽으로 펼치려다 어라 했습니다. 이 책은 일본 코믹스와 마찬가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어가게 편집되어 있었거든요. 생각해보니 일단 만화책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그림체는 어찌보면 조잡하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 정이 가는 그림이라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스케치 풍의 편안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책은 10편 정도의 짤막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스토리가 진행되는 방식은 아니고 자취와 관련된 단상과 에피소드들을 수필처럼 써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이곳 저곳을 뒤적거려 구호물품(?)을 바리바리 싸오는 이야기, 조금씩 슈퍼마켓 이용의 달인이 되는 과정 등 공감이 가는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특히 아플 낌새가 보이면 잽싸게 냉장고부터 채우는 이야기에는 빵 터졌습니다. 제가 딱 그렇게 하거든요. .... 역시 혼자 살면 아플 때 제일 슬픕니다.



한편으론 일본의 문화가 독특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일단 덮밥, 오챠즈케 등의 식생활 차이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요, 눈치를 보아하니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는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해 배려된 부분이 많은가 봅니다. 살짝살짝 슈퍼마켓 식품 코너와 식당의 쿠폰 방식 등이 우리와 많이 다르구나 느껴지더군요. 일본 영화에서 밤에 홀로 맥주를 사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장면이 자주 나오곤 하던데요, 실제로도 그렇게 하는 일본인들이 많은가보다 싶은 생각도 이 책을 보면서 하게 되더군요.

여성 혼자 자취하는데서 오는 차이도 느껴졌는데요, 예컨대 남성이 많은 시간때의 식당을 피하는 것이라던가, 문단속 등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것 등이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저자분께서는 여성분 치고도 조금 많이 수줍음을 타는 타입인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흠.... 어쩌면 그저 책을 읽고 있는 제가 부주의 내지는 무신경한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아쉬운 것은 분량이 너무 적다는 점입니다. 딱 문고판 판형인데다 만화책이니 내용이 짧으리라는 것은 예상했습니다만 그래도 30분만에 읽어내고 마니 뭔가 허전하더군요. 애초 상당히 담담하고 평화롭게 전개되는 책인데 금새 끝이 나고 마니 아쉬울 수밖에요. 사실 책 값도 싼편이 아닌지라 뭔가 본전 생각하게 만드는... 물론 책의 물리적 크기와 가격이 비례해야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추상적 용량(?) 자체가 적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상한 얘기입니다만 뭐랄까, 차후에 시리즈로 나오면 오히려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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