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 BOOK 레드북 - 나를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행
칼 구스타프 융 지음, 김세영 옮김 / 부글북스 / 2012년 5월
구판절판



유명한 석학의 책일수록 실상 읽어본 사람은 적은 게 사실입니다. 석학이란 중층적이고 복합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그들의 책도 복잡하기 마련이고, 보통의 사람들로써는 그러한 책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칼 융 역시 그러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가 창시해낸 개념들, 아니마, 아니무스, 거울이론 등은 간편하게 편집되어 여기저기서 인용되고 있습니다만 과연 칼 융의 책을 통해 직접 그러한 개념을 이해해간 사람들은 얼마나 될지요.. 때문에 이 책 Red Book을 읽어가는 것에도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리라 예상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손에 들기 전까지 Red Book이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요, 하지만 이 책이 융의 이해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책이리라는 예상은 할 수 있습니다. 무려 16년에 걸쳐 쓰여진 이 책은 말그대로 융이 작정하고 쓴 책인데요, 단순히 그의 지식 뿐 아니라 정신 전체를 하나의 용광로로 녹여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심리학 이론은 이 책의 일부분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될테지요. 성서 혹은 신화의 양식을 빌려 살로메, 엘리야, 천사, 악마 등을 등장시키고 그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가고 있는 형식부터가 파격적인데요, 이러한 형식은 니체의 '차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강하게 연상시킵니다. 실제 내용도 그만큼 난해하고 복잡하여 한가지의 가닥을 잡아내기 어렵구요. 이 책에 실린 삽화 역시 모두 융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요, 고갱의 그림처럼 원시적이면서 한편으로는 인도의 신화적 그림을 연상시키는 이 그림들은 또한 HTP 검사나 로샤 검사에 쓰이는 그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보아 강력한 동기와 상당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이해는 커녕 단숨에 읽어가기조차 어려운 책임에는 틀림없겠습니다.



책을 내 머릿속의 지성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맘을 텅 비우고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 깔짝깔짝 읽어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저입니다. 학자도 아닌데 책의 내용을 다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나라도 마음에 진정 닿아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아마추어로써는 족하다는 주의거든요. 그 결과, '차라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경우, 3년째 보다 쉬다 보다 쉬다를 반복하여 2독 정도를 하고 있는 태평한 상태인데요, 이 책 역시 이렇게 읽어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읽다 짜증을 유발하는 부분은 다 넘어가며 읽은지라 지금으로썬 이 책을 읽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만 5년쯤 시간을 두고 읽어가다보면 무언가 발견하는 순간이 오겠지요?





온갖 내용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책은 마침 '부글'북스에서 출간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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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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