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Friends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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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책을 접하고 처음 느낀 것은 제목이 참 신파적이다는 것이었네요. 감동을 주는 이야기, 눈물을 불러 일으키는 이야기는 좋아합니다만 그것이 고찰 없는 단순한 신파인 경우에는 허무함만 느껴지니까요. 모든 주제는 상투적일 수 있습니다만 작가의 고민은 새로운 표현을 통해서 그 주제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죠. 그런 노력이 없는 이야기가 신파라고 보기 때문에 신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분명 신파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전체적인 설정은 전형성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화물트럭을 모는 고아 출신의 야스는 비슷한 처지의 미사코를 만납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는 아들 아키라가 태어나지요. 어느날, 야스의 일터에 놀러왔던 아기 아키라가 사고를 일으키고 아키라를 보호하려던 미사코는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그리고 혼잣몸으로 고군분투 아키라를 키우는 야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이야기는 아키라가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을 얻고 결혼하여 아기를 얻는 시기까지 이어져갑니다.

 

이런 상투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다행스럽게도 제게 매력적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가 매력을 가졌던 것은 우선 적절한 캐릭터 설정에 힘입은 바가 커 보입니다. 야스는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전형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항상 기댈 수 있는 완벽한 인간상으로 그려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고 가끔 이기적인 행동도 하는 허술한 모습으로 그려내는 것이죠. 하지만 어릴 적의 죽마고우, 이웃에 사는 누이, 삶의 진리의 일편을 본 주지스님, 심지어 스스로 바르게 깨달아가는 아들 아키라가 그런 아버지를 도와 길을 더듬어 선택하도록 이끕니다. 여러모로 이 이야기는 아들을 바르게 키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라기보다 가족, 친구, 이웃과 어우러져 후회없는 삶을 살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보입니다. 표현상으로도 인물이든, 배경이든 소설 속의 묘사를 너무나 좋아하는 제게 있어 저자의 깊이있고 섬세하면서도 절제를 잊지 않는 묘사는 꽤 맘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책입니다만 청소년에게는 오히려 고리타분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네요. 오히려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조금씩 자신에게서 보기 시작하는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더 호소력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외부적인 가치에 경도되어 자신의 진정한 바램을 잊곤 하는 우리들에게 삶을 돌이켜보고 그 너머를 건너다볼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듯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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