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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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특히 커피가 주요한 기호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커피 생산의 어두운 면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널리 퍼진 편입니다. 사실 세계화가 자본의 위력을 과시하는 것임을 볼 때, 세계화의 어두운 면이 공정무역이라는 말을 불러일으킨 것이겠지요. 점점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이러한 상황은 그러나 실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눈이 닿지 않는 부분은 잊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이 책이 보여주는 세계곳곳의 모습은 새삼 날것으로 다가오더군요.


책을 펼쳤을 때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저자의 이력입니다. 수십억대 연봉을 받던 애널리스트였던 그는 구조조정을 맡아서 수백명을 해고하게 되면서 회의를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의 냉혹함에 회의를 느낀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의 경제 현장을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마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설정인데요, 어쨌든 그만큼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자본주의의 변두리를 떠돌게 되었으니 넓은 식견과 날카로운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책은 중국, 라오스,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직접 체험한 상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라 할 수 있는 현지인들과의 인터뷰가 상당 분량을 차지하여 생동감을 더합니다.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관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결국 자본의 논리이지요. 공정무역조차 포섭하는 자본의 힘은 당해낼 수단이 없어 보입니다. 담담하고 생동감있게 기술하면서도 책 전체를 덮고 있는 답답함이 가시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 와중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최선의 길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등장하여 그 답답함을 털어줍니다. 궁극적으로 자본은 승리할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그 승리가 주변을 압살하는 승리가 아니라 껴안으며 가는 승리이기를 바래봅니다. 그 승리가 가능하려면 끊임없이 딴지를 거는 인위적인 노력이 따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그 노력에 앞장서는 이는 못될지언정 따라가는 이라도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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