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뿌리는 자 스토리콜렉터 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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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제가 접한 노이하우스의 첫 작품이었는데요, 독일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어주었더랬죠. 독일 소설 하면 상당히 딱딱하고 건조하리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소설은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연상시킬만큼 스피디하면서도 얽히고 설킨 플롯도 아주 흥미로웠던 것이죠. 할리우드스럽다는 말이 꼭 칭찬은 아니겠습니다만, 재미만큼은 보장한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소위 말하는 페이지 터너라고 할 소설입니다. 당연히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지요.

바람을 뿌리는 자는 그 후속작으로 시리즈 다섯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풍력에너지 회사의 경비원 살해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전작과 유사한 방식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우선 당연히 살인사건이 벌어지구요, 두 주인공이 수사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파편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등장하죠. 그리고 이 사람들이 사건과 어떠한 관련이 있는지는 소설의 전개과정에서 조금씩 드러나게 됩니다. 이런 식의 구성은 초반부에서는 상당히 지루한데요,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아귀가 맞아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불러일으키게 되지요.

전작 '백설공주..'에서는 이런 방식이 잘 먹혔더랍니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클라이맥스로 돌진하는 효과가 있었지요. 그런데 이번 작에서는 이런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인상입니다. 전반부에 군더더기가 너무 많았다는 느낌이랄까요? 전작처럼 누가 범인인지 궁금해지지도 않고요, 환경문제라는 독특할 수 있는 소재 역시 전혀 무의미하게 낭비되고 말았다고 보이네요. 인물들 역시 매력을 느끼기 어렵군요. 이기적이고 찌질한(?) 인물군상은 풍자의 목적을 위해서 등장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악역이라도 나름의 매력은 부여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아쉬움이 있네요. 특히 반전에 등장하는 '그 사람'은 뭐랄까.... 가장 주요한 자리에 있어야할 인물임에도 끝까지 가장 변두리에 위치했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두 주인공이 찌질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프로다운 면모를 보여왔던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무력한 뒷북 경찰로 전락하고 마는건지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평을 들으니 타우누스 시리즈에서 '백설공주..' 이전의 시리즈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후속작인 '바람을..'을 보면 왠지 '백설공주...'가 우연히 튀어나온 걸작인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는 것이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다음 작에서는 과연 매력을 회복할지? 본래 한번 꽂힌 작가의 책은 계속 보는 편인데 고민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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