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6
스티븐 존슨 지음, 임선근 옮김 / 포노(PHONO)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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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넷에서 출간하고 있는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6권에 드디어 말러가 등장했습니다. 교향곡 작품 중에서 요 10년간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것은 베토벤이나 브람스가 아니라 말러가 아닌가 싶은데요. 유명한 지휘자라면 전곡 사이클에 도전하는 레퍼토리에서도 말러는 빠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러가 사랑받는 이유는 보통 그의 음악이 '현대인의 감성'에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일컬어지곤 하죠. 하지만 이 현대인의 감성이 무엇인지, 말러의 음악에서 어떤 부분이 그런 감성을 자극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습니다. 특히 말러의 음악이 가지는 신파성이 양날의 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한편으로는 낯이 뜨거워지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감동을 주니 말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말러의 양면성에 주목하고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책의 머릿글에서 작가는 "황홀한 명상적 악구를 격렬한 정서적 분출, 사소한 한 줄기 선율, 아니면 조롱과도 같은 과격한 음향이 갑자기 가로막는걸까?"라는, 말러의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질문에 답변하고자 한다고 말합니다. 말러의 삶을 추적하고 그의 음악관을 짚어봄으로써 그의 음악을 좀 더 잘 이해해보자는 것이겠지요.

작곡가의 전기가 대부분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말러의 일대기와 그가 작곡한 음악을 병렬적으로 서술해가고 있습니다. 다만 작곡가의 연대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음악적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그러다보니 보통 장황해지기 마련인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음악관 형성과 관련된 부분으로만 축소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맘에 드는 서술방식인데요, 책의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나 책을 읽어가는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봅니다.

책의 챕터는 말러가 작곡한 10개의 교향곡에 맞추어 딱딱 끊어져있다고 생각할 정도인데요, 곡에 대한 설명은 학술적인 설명을 배제하고 곡의 흐름과 음악적 효과를 전달하는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말러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서술방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곡이 초연되었을 당시의 논란도 적잖게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말러의 음악관에 옹호하는 방향으로 논지를 풀어나가는데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겠지요?

말러의 삶과 음악에 있어 그의 가족들, 특히 '알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지요. 알마를 말러의 뮤즈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니까요. 따라서 이 책에서는 알마에 대한 말러의 감정, 말러에 대한 알마의 감정, 그리고 알마가 남긴 말러의 음악에 대한 기술들에 대해서도 적잖은 분량이 할당되고 있습니다. 주로 왜곡된 부분에 대한 기술이 많은 편입니다만 여하튼 두 사람의 관계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네요. 신기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말러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음반을 들으면서 그의 삶에 대해서도 이것 저것 알게 되곤 했습니다만 본격적인 전기를 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네요. 말러의 삶을 기술하는데 있어 그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봅니다. 2장의 시디가 부록으로 들어가있는데요, 낙소스에서 나온 것으로 레퍼런스급의 연주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지라 책을 읽으면서 들으니 왠지 더 몰입하여 읽고 듣게 되더군요.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시리즈도 기대되네요. 브람스나 브루크너가 아직 안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출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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