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 아빠와 함께 천문학 여행
울리히 뵐크 지음, 전대호 옮김 / 봄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가족과 함께 꿈을 꾸던 어린 시절의 추억,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 어릴 적 가족과 함께 놀러간 계곡의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아버지로부터 큰곰자리, 작은곰자리를 익혔던 아련한 기억이 있습니다. 기억조차 파편화되어 흐릿해진 와중에도 그 때의 감동과 황홀함을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역시 별을 보며 느끼는 감동이란 인간의 피 속에 담겨있는 것인지도 보르겠습니다. 특히 모든 것이 신비로운 어릴 적에는 하늘의 별도 더욱 신비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작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정말, 천문학은 철학과 더불어 가장 오래된 학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표재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천문학자이자 소설가인 작가가 어린 딸에게 들려주는, 쉽게 풀어낸 천문학 이야기입니다. 이 책을 쓸 당시 6살이었던 딸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쓰기 시작했다는 이 책은 그렇기에 딱 그만큼의 눈높이에 맞추어 서술되고 있습니다. 그맘때의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들, 하늘에는 별이 몇 개나 있는지, 또 외계인은 정말 있는지, 우주는 얼마나 넓은지 등의 질문들에 답하고 있는 것이죠. 그나저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이 던져대는 무수한 질문들이 그토록 유사하다는 점이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네요.







그래서 일단 이 책은 글의 호흡이 상당히 짧습니다. 읽다 보면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삶 속의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모은 수필을 읽는다는 기분이 들지요. 특히 1인칭 시점에 화자가 천문학자인 아버지이다 보니 사적인 육아일기를 보는 듯한 인상이 드는 것이지요. 내용 역시 천문학에 기반하는 것이라곤 해도 10세 이하의 아동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쉽게 풀어낸 것들입니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할까요?







책의 제목이나 소개를 보자면 아이들이 천문학에 입문할 때 볼만한 책인 듯한 인상이 강합니다만, 화자가 아버지이기 때문인지 그가 중간중간 건네는 삶의 조언들이 책의 성격을 아주 다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주를 분석하고 그 내용을 전달하는 과학책이 아니라 세계를 보는 관점, 삶을 대하는 태도를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수기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쩌면 후자 쪽이 천문학의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아이들에게 실용적인 지식을 불어넣는 책이라고 멋대로 기대(?)했던 제가 조금 부끄러워지기도 하네요. 그보다 훨씬 풍요로운 책인데 말이지요.



아이들이던, 부모님들이던 읽고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부모님이 잠자리에 든 아이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읽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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