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후속작이 나왔습니다. [수수께끼..]는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화가 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었죠. 추리의 기발함보다는 캐릭터성과 유머로 독자의 관심을 끌었습니다만 실제로는 정통 트릭 추리소설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책은 표지부터가 전작에 이어지는 작품임을 잘 드러내고 있는데요, 과연 전작의 특징을 이어갔을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 궁금해지더군요. 전작과 비교해보면 차이점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전작이 단편 모음집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중편 분량의 소설이었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부터가 다릅니다. 게다가 작가의 개입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특이하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의 개입이 작품을 너무 가볍게 만들고 몰입을 방해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작품을 경쾌하게 만들어 마음 편하게 읽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전작의 특징이었던 유머스러운 캐릭터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비록 2건의 살인사건에 얽힌 이야기가 전개됩니다만 캐릭터들은 전혀 심각함을 보여주지 않죠. 특히 누명을 쓴 주인공 류헤이의 경우, 그래도 도망자인데 이렇게까지 긴장감이 없어도 되나 싶을 정도네요. 형사 커플(?)과 탐정 씨도 한 개성하는 인물들이라 할 만합니다. 무서운 점은 그러다가도 갑자기 포텐셜이 폭발하면 한순간 트릭을 해체해버린다는 점입니다만..^^ 전작에서도 느꼈습니다만 트릭은 굉장히 정통적인 것이라고 할만합니다.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는데요, 가벼운 작품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정교하고 경탄을 자아낼만한 것이지요. 아쉬운 점은 전작에서도 느꼈던 것입니다만 트릭의 뛰어남에 비견할 때 스토리 텔링은 그저 그렇다는 점입니다. 살인의 동기나 인물의 심리 등이 너무나 가볍게 스쳐지나가 버리기 때문에 서사적인 재미를 느낄 수 없는 것이죠. 전작은 단편집이었기 때문에 이런 단점이 그리 부각되지 않았습니다만 장편이 되어버리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가볍게 밀실트릭의 재미를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하겠습니다. 두 건의 살인 사건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고요, 특히 범인의 살인동기가 반전스러울 정도로 경악(?)스럽네요.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경쾌한 추리소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