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얀 눈에 뒤덮힌 산, 산, 산... 광활한 설원의 사진으로 압도하는 이 책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으로 상징되는 시베리아 호랑이, 이 책은 20년간 10만여 킬로미터라는 엄청난 거리를 헤메이며 그 호랑이의 모습을 담아낸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연해주라고 부르는 '우수리' 지역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 광대함과 야생성은 인간의 손길이 자연을 바꾸지 않은 곳 없다는 현재에도 여전히 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나 봅니다. 이 책의 저자 박수용 님은 다큐멘터리 제작자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도대체 이런 야생의 땅을 그토록 오랫동안 탐색할 수 있었다니 그 인내와 끈기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5종의 호랑이 중에서도 시베리아 호랑이는 그 수가 가장 적다고 합니다. 고작 350여 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는데요, 평생 호랑이만 연구하는 학자들도 평생에 한두번 만날까 말까 하답니다. 그런 호랑이의 생태를 1000시간 가까이 영상으로 담아내어 마침내 7편의 다큐멘터리로 방송했다고 하는데, 조만간 찾아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의 중심에 놓인 호랑이는 '블러디 메리'라는 섬뜩한 이름을 가진 거대한 시베리아 암호랑이입니다. 시베리아 호랑이는 여타 호랑이에 비해 체구도 30% 가량 크고 그 영역 역시 벵골호랑이의 10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강인하고 고독한 존재라 할텐데요, 특히 이 블러디 메리는 이름에 걸맞는 집요함과 강인함을 가진 호랑이로 그려집니다. 적대적이기 그지없는 환경에서 살면서 많은 새끼들을 길러낸 호랑이니만큼 사실 흉포함보다는 어머니적인 생활력(?)이 돋보이는 것이라고 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네요.




이 책은 호랑이의 생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만주와 연해주라는 넓은 야생의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많이 드러납니다. 척박한 환경보다 밀려드는 변화가 더 파괴적으로 느껴지는 원주민들의 생활,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야생의 땅으로 찾아와 연구를 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모습이 한편으로 쓸쓸하게, 한편으로 존경스럽게 그려집니다. 어디에서 살아가던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나 봅니다.




400쪽에 육박하는 엄청난 두께에 걸맞게 이 책은 호랑이의 생태를 풍부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눈으로 보는 듯 호랑이를 쫓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들의 눈에 비친 호랑이의 모습을 그려낸 필력은 범상치 않습니다. 읽다보면 가슴이 설레일 정도이지요. 한편으론 이 책에 호랑이의 사진이 의외랄만큼 적게 실려 있다는 인상이 드는데요, 시베리아 호랑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희귀한 존재인지 새삼 실감하게 만드는 예라 하겠네요.




조만간 시베리아 호랑이 역시 시간에 묻혀 사라진 하나의 슬픈 동물로 남게 되겠지요. 무엇이라고 하던 이런 생물들의 사멸은 인간의 책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한 종의 성쇠를 타 종에 대한 비난으로 곧바로 전환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남은 동안에는 이런 죽음을 기억해야할 책임이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다소 우울한 마음으로 책을 덮게 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