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본능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마침내 제드 러벤펠트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작 이후 하도 소식이 없어 달랑 책 한권으로 사라지는 작가 목록에 올리는건가 생각했었네요. 그러던차에 수년만에 후속작을 출간해주었더군요. '살인의 충동'을 출간했을 때는 다빈치 코드 이후 팩션 열풍이 몰아치던 시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보니 신작이 나왔을때도 다소 무감동한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더랬죠. 범상치 않은 두께에는 경탄했습니다만, 법학교수가 쓴 소설, 그것도 처녀작이라고 하니 기대감은 낮을 수 밖에요. 그런데 왠걸! 책을 읽어가면서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10년대 미국사회를 철저히 고증해내면서 거기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끌어들이고 그 위에 다시 살인사건을 덧씌우는 솜씨는 경탄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책장을 덮으며 빨리 후속작이 나오기만을 기대했던 것은 말할 나위 없었죠.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게 된 이번작 '죽음본능'은 전형적인 후속작입니다. 공통의 인물들이 출연하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플롯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작의 두 영웅 형사인 영거와 리틀모어의 재출연은 특히나 반가운 것이었습니다. 후속작의 공식(?)에 따라 사건의 스케일도 커졌는데요, 전작이 살인이었다면 이번에는 테러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니 말입니다. 바로 1920년대 월 가 폭탄사건인데요, 사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입니다만 이 사건은 9.11 테러 이전 최대의 사건이라 불린다고 하더군요. 언제나 그렇듯 사건 뒤에 거대한 권력의 음모가 숨어 있있고 그것을 우리의 소영웅 영거와 리틀모어가 추격해가는 방식이지요. 전작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이 두 형사도 꽤나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러한 변화가 오히려 그들에 대한 애정을 더해주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들의 활약상은 여전히 강렬하지만요.

프로이트도 빠질 수 없겠죠. 이번에 등장하는 개념은 흔히 에로스와 타나토스 중 타나토스라고 일컬어지는 불리우는 죽음본능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프로이트의 이론이 사회과학적으로 얼마나 혁명적인가를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지 보여주어 경탄을 하게 만들죠. 그의 이론이 사건 해결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말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도 프로이트가 보여주는 셜록홈즈적인 추리(?)는 웃음과 감탄을 함께 불러옵니다. 물론 추리라기보다 실험이라는 말이 맞겠습니다만 그 마법적인 색깔은 분명 홈즈의 그것을 상기시키는 것이죠. 실제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잘 모릅니다만 작품 속 프로이트는 정말 독특하고 매력적인, 그리고 인간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로 등장한 인물 중에는 퀴리 부인이 있더군요. 가장 잘 알려진 여성 과학자일 그녀는 1920년대 협회에서 제공하는 실험용 랴듐을 받기 위해서 실제로 미국에 방문했었다고 하네요. 어릴 적 위인전기에서 보았던 그녀의 등장도 흥미롭습니다만, 방사성 형광물질로 도료 표지판을 칠하던 노동자 게급의 여성들이 비참한 모습이 그 위에 덮힙니다. 노동계급이 인간으로 대접닫지 못하던 당시 미국의 사회상을 법학교수다운 날카로움과 작가적 필력으로 잘 그려내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작 이상의 두께로 돌아온 이 책은 전작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리 드문드문 책을 내도 이처럼 잘된 책으로만 찾아준다면야 얼마든지 기다려줄 수 있는 일이지요...만 다음 책은 또 언제나 나와주려는지 벌써 걱정되는군요. 과연 프로이트 박사께서 한번 30년대의 미국을 누벼주실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읽는 재미가 확실한 책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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