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 - 루앙프라방에서 만난 산책과 위로의 시간들, 개정판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투앙프라방을 아시나요? 아마도 열이면 열, '네? 뭐요?' 라고 되물을 것 같다. 동남아시아 라오스에서 위치한 이 작은 도시는 확실히 세계의 흐름 속에서는 살짝 비껴나있는 터니, 아는 사람이 적은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그러나 이 책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를 읽은 독자라면 이 이름을 되뇌면서 어린왕자의 여우를 불러보는 듯한 기분에 빠지리라.

 

좋은 여행기라는 것이 무엇일까? 처음에는 여행기를 읽으면서 단순히 낯선 땅을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현실에 치여 절대 가볼 수 없으리라 느껴지는 곳들을 다양한 사람들의 눈을 빌려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권 두권 점점 더 많은 여행기를 읽어가면서 빌린 눈을 통해 보는 장소보다는 그렇게 눈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기분이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생경함과 생소함이 주는 즐거움 못지않게 그렇게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의 내면이, 그리고 여행 과정에서 많은 만남을 해가며 발견하게 되는 변화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눈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가식없고 솔직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써내는데 성공한 책이라면 더욱 반갑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상당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는 느린 장소에서 느린 시간 속에 느리게 살아가는 투앙프라방 사람들을 관조하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사진의 90%가 그곳 사람들을, 특히 그곳 사람들의 눈을 담아내고 있다. 흰자위 없이 검은자위로만 가득하여 들여다보면 왠지 눈물이 나버릴 것 같은 소의 눈처럼,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눈을 작가는 끊임없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작가는 자신의 모습을 그들의 눈동자에 비추어보고 담담하고 간결하게, 그러나 선명한 글로 자신과 세계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말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을, 그러나 말이 아니면 전달할 수 없는 것을 작가는 글과 사진으로 자유롭게 휘둘러 독자의 마음속에 던져넣는 것이다.

 

좋은 책은 읽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행복감은 하나의 환상일 뿐 아닌가, 결국 내일이면 잊혀질 하나의 추억일 뿐인 것은 아닌가 생각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후에 또다른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그러한 행복감이 마음 속 자취로 남아있음을 불현듯 발견할 때 그것이 환상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 역시 읽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었으니 내 마음 속에 진실로 남지 않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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