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 품은 한국사 세 번째 이야기 : 서울.강원도 편 지명이 품은 한국사 3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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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이 품은 한국사가 마침내 3편까지 나왔네요. 1권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올해의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었는데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의 지명에는 어떠한 역사가 담겨있는가를 살펴본다는 간단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발상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만큼 성실하게 책을 쓴 저자의 노력도 있었겠고요. 한마디로 역사를 다룬다고 하지만 문학, 예술, 문화의 영역이 함께 아우러지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라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생각해 봅니다.


 

1권에서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다루었고 2권에서는 전국 방방곡곡의 지명을 다루었습니다. 이번 3권에서는 다시 1권에서 다루지 않았던 서울의 다른 지역과 강원도 지역을 소재로 삼고 있는데요,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썼던 것이 아니라서인지 다소 이리저리 왔다갔다 한다는 인상은 있네요. 꼭지 방식으로 써졌으니 그리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서울 지역은 조선 시대부터 국가의 중심지였다 보니 많은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고 그런 많은 역사를 한권의 책에 담아내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을 것입니다. 3권에서 다시 한번 서울 지역을 다룬 것은 개인적으로는 반갑게 느껴지는 부분이네요. 중구와 동대문구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 다른 구들도 하나씩 다루려는 계획인 것 같습니다.



강원도 지역은 휴가를 갈 때를 제외하고는 발디딜 일이 적은 곳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딱 책 두께의 절반이 할당되어 적지 않은 내용들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목차를 보면 철원, 태백지역이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군요. 두 지역이 역사적으로 강원도 지방의 중심지였던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이다보니 서울 지역을 소개하는 부분은 뭔가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고 읽는 재미도 더욱 크네요. 시작부터가 인상적인데요, 중구 장충동을 다루면서 근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 명성황후의 비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네요. 우장춘 박사가 을미사변에 가담한 우범선의 아들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요. 이순신 장군의 시호가 붙은 곳, 중구 충무로에는 갑자사화 때 목숨을 잃은 박은 시인의 비극, 국치를 씻고자 용골대를 참수하려고 했던 윤선거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요즘 우리 시에 관심이 생겨서인지 마포구 현석동 부분에서 소개되었던 권필의 시들이 인상에 남습니다. 곧은 목소리를 감출 수 없어 말하자면 필화를 입고 아쉽게 스려져간 권필의 인생은 그가 남긴 시들을 통해서 가장 진실되고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군요. 그에 뒤이은 강원도 지역의 소개도 시로 시작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바로 신경림 시인의 승일교 찬시인데요, 서울편이 식민지 시대의 비극으로 시작했다면 강원도편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시작했다고 하겠습니다. 찬시라 하지만 오히려 더욱 가슴이 아리게 하는 시인데요, 근현대사의 이러한 비극은 우리의 가장 아픈 부분이겠지만 그만큼 우리가 처한 현실, 우리의 과제를 가장 명확하게 드러내는 부분이라고 하겠지요.



강원도 지역이 아무래도 격전지였다 보니 남북간의 비극과 관련된 부분에 적잖은 부분이 할당된 것 같습니다. 당연히 백마고지도 빠지지 않는데요, 이름만 알고 있던 백마 고지의 전투 과정이 1차 공방전부터 12차 공방전까지 상당히 세밀하게 설명되고 있군요. 처참하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전투였던지라 읽다보면 기분이 가라앉더군요. 


이번 편에는 무거운 주제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편은 에피소드 위주였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 편은 그와 대비된다는 인상입니다. 물론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내용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이번 권은 이번 권만의 특성이 보였다고 할까요? 앞으로도 죽 이어지는 시리즈가 될 것 같은 '지명이 품은 한국사'인데요, 다음 권에는 또 어느 지역을 탐사할지 궁금해지는군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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