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노래를 들어라 - 작가 유홍종의 신곡 읽기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유홍종 엮음 / 소이연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적 책장을 육중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고전문집이 떠오릅니다. 안그래도 무겁게 다가오던 그 책의 1권을 바로 단테의 [신곡]이 차지하고 있었더랬죠. 기껏 고전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고 용기를 내어 1권을 꺼내보고는 몇장 읽다 바로 좌절해버렸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덕분에 읽기 편안한 다른 책들까지 도매금으로 책장에 박아두었던 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단테에 쓰인 문장이 딱히 까다로웠던 것은 아니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 글이 잔뜩 담아내고 있는 당대의 가치관과 시대상, 인물들 쪽이었지요. 그 책은 물론 그러한 내용에 대한 해설로 주석을 잔뜩 붙여두었습니다만 몇줄마다 주석을 읽어야되는 책이 재미있게 다가올리 없었던 것이겠죠. 이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던 [신곡]을 이번에 유흥종 님의 [신성한 노래를 들어라]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신곡]의 요약본입니다. 청년기부터 단테의 신곡을 너무나도 사랑해왔다는 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전파하기 위해 좀 더 접근하기 편한 요약본을 펴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일단 분량상으로는 획기적으로 줄였다고 할만한데요, 대략 200쪽 정도밖에 안되니 읽는데는 2시간 정도면 되더군요. 물론 다소 속독으로 읽어냈습니다만 그런 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펴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나 풍부한 그림을 붙여낸 것도 책을 보기 편하게 만들어주는 주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주석에 해당될 내용을 본문에 포함시키고 사건 전개 역시 최대한 간결하게 요약하여 [신곡]의 뼈대만을 담아낸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 결과 장단점도 명확한데요, 도저히 엄두가 안났던 [신곡]이 만만해보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네요. 반면 단점이라면 워낙 골격만 앙상하다보니 [신곡]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매력적인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아마 신곡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여백을 채워가며 읽을 수 있을테니 그 맛을 다시 음미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책의 독자가 초독자일 가능성이 99%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과연 이 책을 읽고 신곡에 도전해볼 생각이 들지는 의문스러워집니다. 어떤 고전이든 요약집은 항상 이런 딜레마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단테의 [신곡]이 어떤 줄거리의 책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책이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신곡]이 과연 그토록 매력적인 책인지 깨닫게 해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저 역시 과연 [신곡] 원전에 도전해봐야할지 어떨지 고민중입니다. 덧붙여 곳곳에 오타가 제법 눈에 띄는 것이 아쉽습니다. 다음 판에서는 수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