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상상에 빠진 인문학 시리즈
송규봉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통섭을 화두로 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인문학을 중심으로 여타 분야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쓰여지는 책이 주를 이루지 않나 생각되는데요, 이 책 역시 '지도'를 소재로 하여 상상력을 펼치고 있는 책입니다. 상당히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더군요. 인문, 사회, 문화, 역사 등 제분야에 대하여 자료를 모으고 그에 대하여 해설하고 열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루하지 않은 한편으로는 약간 산만하다는 인상도 드는군요.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하는 목적과 바램을 한 장의 그림으로 응축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채셨는지? 작가는 이렇게 뒤집혀진 한장의 지도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기존 관념이라는 중력에 얼마나 쉽게 얽매이게 되는지 경고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상상력을 꼽고 있는 것이지요. 



'지도'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재는 실상 '공간' 입니다. 그리고 더 핵심을 파고 들자면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고요. 때문에 초반부에서는 다소 철학적인 개념들을 들어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2차원적 공간에 3차원의 공간을 담아내기 위해 지도 제작자는 본질적으로 인식의 영역을 변환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지도를 읽기 위해서도 공간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하지 않으면 안되고요. 저자는 그러한 지도의 속성이 인식문제를 다루는데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다소 철학적인 출발에도 불구하고 책의 대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내용에 할당되어 있습니다. 예컨대 스타벅스의 입점을 소재로 하여, 입지를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공간 인식이 현실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지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현실과 밀접하게 관련된 소재는 체감도가 높지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지도의 역사, 혹은 공간 인식이 낳은 승리(?)에 대해 서술되는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습니다. 지도 자체가 당대 사람들의 인식구조를 반영하고 그들의 지향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설득력있게 서술되고 있는데요.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는 사실인데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빗대어 보여주니 새삼 놀라게 되더라고요.

  

공간 인식이 낳은 승리(?)로 예시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입니다.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해류를 이용하여 12척의 배로 수십배에 달하는 적을 격파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요, 지역의 공간적 특수성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창의적인 이용이 이순신 장군의 천재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지요. 같은 사실이라도 어떠한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시각을 빌리는 또다른 재미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인문서이기는 하지만 술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온갖 분야가 망라되어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지루할 틈이 없네요. 그리고 의외랄 정도로 이 책은 실용적인 태도에 입각하여 서술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인문서이지만 자기개발서적인 내용이 상당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까요? 요컨대 상상력으로 새로운 인식의 장을 연 자가 승자가 된다는 논지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것이죠. 현실에 발딛고 있는 이러한 주장은 물론 타당한 것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부분부분 불편함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상상력이 역사 속에서, 삶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봐지는 것이 조금은 서글펐다고 할까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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