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 2편은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라는 제목입니다. 그런 제목 때문일지, 이번 작품은 유독 여주인공인 리스베트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인상이 들더군요. 전작도 그렇지만 이번 작은 전작 이상으로 개성있는 캐릭터가 부각되고 있는 듯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전작으로부터 2년이 경과한 시점입니다. 리스베트는 제대로 츤데레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블롬크비스트에 대한 사랑을 부정하면서 소식을 단절해버리고는 그로부터 도망다니고 있는 상황이지요. 겸사겸사 세계 곳곳을 여행다니고 있습니다만 언제나 그렇듯 사건사고(?)를 끌고 다니는 중입니다. 특히 그녀의 후견인인 닐스 바우르만은 모종의 사건으로 그녀에게 약점을 잡힌 이후, 복수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과거를 파헤쳐가던 중 복수의 실마리를 잡게 되는데요... 

반면 블롬크비스트는 이러한 리스베트의 태도에 당혹해합니다만, 별 수 있습니까? 본업인 기자일에 열중할 따름이죠. 그러던 중, 그가 일하고 있는 [밀레니엄]사에 다그 스벤손이라는 기자가 찾아옵니다. 동구권의 여성 성매매 실태에 대해 조사하던 그는 그간의 조사결과를 밝히는 책을 내고 싶었던 것이죠. 밀레니엄사는 엄청난 스캔들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 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하고 준비작업에 착수합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다그 스벤손이 참혹하게 살해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현장에서는 닐스 바우르만의 총이 발견됩니다. 그 총에는 왠일인지 리스베트의 지문이 찍혀있었고요. 영락없이 제1용의자로 쫓기게 된 리스베트.. 블롬크비스트는 이런 상황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번 작 역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칼같이 날카로운 서술방식입니다. 저자가 기사 출신이라는 점을 모르던 사람이라도 소설을 읽어가다보면 그가 언론 관계자라는 것을 눈치채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네요.  김훈 님도 그렇고 언론 관계자는 소설을 써도 직업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적이고 정밀하게 언론계, 경찰계를 묘사해내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러다보니 등장인물이 엄청나게 쏟아져나와서 좀 정신이 없는 면은 있네요. 안그래도 스웨덴식 이름은 낯선데 그런 이름이 줄줄이 나오니 머리가 복잡하더라고요.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리스베트라는 캐릭터입니다. 종잡을 수 없이 변덕스럽고 자유로우면서, 어떤 때는 폭력적이고 어떤 때는 섬세하며, 어떤 때는 팜므파탈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어떤 때는 가냘픈 소녀의 면모를 보여주는 리스베트는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듭니다. 반면 블롬크비스트는 저자의 분신으로써 이상적인 기자상을 보여주며 작품을 끌어가는 든든한 받침대 역할을 하고 있구요. 기타 캐릭터 역시 하나같이 개성만점인데요, 어쩔 수 없이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일관된 가치관으로 행동하는지라 공감도가 큰 편이더라고요. 

두툼하고 굵직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소설입니다만 가장 아쉬운 부분은 초반부에 남발되는 우연입니다. 시리즈물에서 주인공에게 우연이 따라붙지 않으면 소설을 끌어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남발되는 우연들은 작품의 충실도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우연을 잘 끌어들여 하나의 결말로 수렴시킨 덕에 작품의 재미는 배가되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만.. 

입소문을 타는 작품이 재미가 없을 리 없겠지요. 이 작품 역시 소문의 힘을 입을만큼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미스터리 혹은 추리 소설로써는 1부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번 작에서는 리스베트의 매력이 꽃을 피우는지라 그녀의 팬이라면 2부를 더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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