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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시크릿 - 미국을 읽는 70가지 방법
장익준 지음 / 다빈치프로젝트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영화는 가장 밀접하게 현실에 기반하고 있는 매체 중 하나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최신의 것을 도입하는데 앞장서고 있기도 하고, 주제라는 면에서도 현재의 삶과 가장 관련이 있는 소재를 택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의 이러한 성격 때문에 영화를 사회적, 철학적으로 분석하며 현실에 대한 통찰을 얻고자 하는 일이 많다. 이 책 '할리우드 시크릿'도 그러한 책 중 하나이다. 세계 영화 시장을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를 살펴봄으로써 미국 중심의 강력한 헤게모니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책은 칼럼들을 모아놓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큰 주제의 범위 안에 묶여있기는 하지만 각 칼럼의 주제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좋고 짬짬이 읽어나가기에도 편리하다. 흐름을 따라 읽어간다면 첫부분에서는 할리우드의 형성 과정과 그로 인한 특징이 설명되고 있다. 이어 할리우드의 영웅주의로 드러나는 미국의 패권의식을 살펴본 후, 할리우드에서 보게 되는 한국, 한국인의 모습을 찾아본다. 미국의 유명한 제작자, 배우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빠지지 않고 들어가있다.

여러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역시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은 미국의 패권주의에 대한 부분이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포화 속의 용기'라는 파트이다. 이라크 전쟁이라는 현실에 대처하여 3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후, 그의 어머니 신디 시핸은 반전 운동에 앞장서 '반전 엄마'라는 변명을 얻었다. 반면 신드라 스미스는 둘째 딸이 지뢰로 인해 부상을 당하고 돌아오자 39세의 나이로 군에 입대하여 폭발물 제거 훈련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헬기 조종사였던 태미 덕워스는 비행 중 로켓탄의 공격을 받아 두 다리를 잃었다. 고통스런 재활 치료를 거친 후, 그녀는 이라크 전쟁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일어섰다. 정치에 뛰어드는 선택을 한 것이다. 우리는 외부자로써-어찌보면-쉽게쉽게 미국의 패권주의를 비판하지만, 막상 그러한 미국 안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 미국을 지탱하고 있는 미국인들은 미국의 '힘'에 대하여 훨씬 복잡한 심경일 수밖에 없으리라. 비판을 하려면 비판의 대상에 대하여 잘 아는 것이 중요한 법.. 가장 현명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번거로운 길을 택하는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묵직한 분석을 시도하는 책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던져주는 소소한 생각할거리는 곱씹는 맛이 적지 않았다.
이 외에도 뱀파이어가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계층을 상징하는 반면 좀비가 빈곤층을 상징하고 있다는 발상, '임금은 올려줘도 노조는 안돼'라는 기업인들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나는 영화 '시빌액션'에 대한 분석, 금권에 등돌리고 순수히 정의를 추구하던 하비덴트가 타락한 반면 강력한 자산가인 배트맨이 정의의 수호자로써 역할을 계속해갈 수 있었던 영화 '배트맨 다크나이트'가 헐리우드의 가치관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 등 흥미로운 읽을거리들이 적지 않다. 다만 어째서인지 책에 오타나 편집상 오류가 너무 많은 점이 눈에 거슬린다. 우수저작상 수상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책임에도 편집이나 재질이 좋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지만, 오타가 많다는 점은 출판사에서 성의가 없었던 것 아닌가 싶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혹시 다음 판이 인쇄된다면 꼭 교정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