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살이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크다. 세상에 발딛고 사는 존재라면 의식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일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리라. 특히 10년전의 IMF나 작년, 재작년의 유럽발, 미국발 경제위기 등 심각한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만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정보의 선점에 대한 욕구는 커져만 간다. 다매체 시대답게 경제정보 역시 많은 매체에서 공급하고 있지만, 신뢰성이 중요한 정보이니만큼 전통적인 매체라 할 신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지 않은가 한다. 신문이 망해간다고 하지만 경제신문만큼은 공고히 힘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정보든 편중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권력관계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고, 그러한 의심스러운 상태를 경제기사에서도 종종 발견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가진 의심, 그 의심의 실체를 확인해주고 명쾌하게 밝혀주는데서 이 책은 출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신문기자이다. 그는 기자로 활동해오면서 목격했던 경제기사의 문제점을 한꼭지 한꼭지씩 열거하는 방식으로 전반부를 채운다. 그리고 후반부는 현명하게 경제기사를 읽어내는 독법을 제시한다. 목차를 보면 그러한 성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전반부에서는 "증권기자는 주식투자에 성공할까?", "경제기자는 경제 전문가인가?", "광고를 보면 기사가 보인다", "돈이 만드는 힘, 힘이 만드는 돈" 등 경제기자의 실체나 광고주로써 기업이 행사하는 영향력, 정보와 권력의 함수관계를 드러내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큰 흐름이 핵심이다", "기사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 "광고와 기사를 구분하라" 등 경제기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할만한 조언을 싣고 있다.

경제기사의 허를 드러내는 부분은 왠만큼 사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법한 내용이다. 때문에 정보전달보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목적이라고 보인다. 사실 알고 봐도 볼 때마다 짜증나는 것이 대기업의 횡포나 정경유착, 언론사가 광고주에게 바치는 충성 아니겠는가? 뻔히 알면서도 고쳐지지 않는 문제들이라지만 지켜보며 지적하는 눈이 없다면 더욱 악화되기 십상일테니 말이다. 실제 경제기사를 읽는 독법을 제시하는 부분 역시 기술적인 내용을 제시한다기보다 기사를 대하는 독자의 마음자세에 대한 조언이라고 보인다. 여러 예를 들고 있지만 '갤럭시S 100만 대" 기사를 읽어가는 법이 유독 흥미롭다.
[삼성급의 기업이 100만이라는 숫자 자체를 거짓말로 부풀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사내용을 잘 보면 전세계 100개국 110개 통신사로부터 주문을 받았다는 것이 그러난다. 따져보면 소비자가 아닌 통신사에서, 한 통신사당 평균 9000대의 초기물량을 수주했다는 얘기다. 아이폰의 경우 통신사를 통해 파는 대신 통신사로 하여금 소비자로부터 선주문을 받도록 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만 100만대를 매진시켰다. 대대적인 보도였지만 '태산명동서일필'의 성격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이런 식의 전개이다. 갤럭시S에 관련된 광고성 기사가 워낙 쏟아져서 이미 많은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었는데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허와 실을 짚어내는 글을 읽으니 통쾌한 기분마저 든달까.. 기업이든 경제기자든 이 책을 읽는다면 따끔따끔한 부분이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경제기자나 기업이 스스로의 잘못된 부분, 혹은 부도덕한 부분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형성된 구조의 틀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굴러가고 있을 뿐이라 변명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변명이 얼마나 구차한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알테고 말이다. 그들의 말이 한가지 진리를 담고 있다면 스스로 변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부분이다. 결국 독자와 소비자가 자신이 가진 힘을 자각하고 그 힘을 사용하여 강제로 치료해주는 것이 정답이리라.. 인간의 본성이 변하여 사회가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합리적인 구조를 창출하여 발전의 방향으로 사회를 이끌어야하지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이끌어내는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