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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한 달 여행자
백철현 지음 / TERRA(테라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영화감독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저자가 쓴 책'이라는 소개가 눈을 끈다. 현실의 단편을 채취하고 수집하여 편집된 시간과 공간에 채워넣는 것이 영화감독이라면, 여행지의 낯선 풍광을 가장 보기 좋게, 인상적으로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데뷔 준비 과정에서 일이 틀어져 심적으로 어려울 때, 그의 아내는 그에게 한달간의 여행을 권했다고 한다. 어이없는 말이라고 무시했던 그이지만 그 말에 담긴 무게감을 느끼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새롭게 만들어줄 시간과 공간이라는 생각 끝에 과감히 여행을 결심한다. 고심 끝에 그가 택한 곳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15년전 배낭 여행의 끝자락에 들렀던 도시지만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그 도시를 그는 왜 택했을까? 지인의 추천, 그리고 아담하니 부담없이 다가오는 작은 크기가 매력적이었고, 고흐, 램브란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그때의 그에게는 어디든 좋지 않았을까? 현실에서 잠시 일탈하여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었다면.. 그것이 여행이 가지는 큰 매력이니까...
보름간 그는 '네모'라 이름붙인 중고 자전거를 타고 넓지않은 암스테르담, 그보다 약간 클뿐인 네덜란드를 누비고 다닌다. 자전거가 대중화된 교통수단으로 쓰인다는 네덜란드였기 때문일까? 그의 자전거 유람은 너무나 편안하다. 늘상 우중충한 네덜란드에서 맑은 날이라면 무조건 가봐야한다고 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르켄을 거닐고 렘브란트, 베르메르, 할스의 숨결이 남아있는 국립미술관을 완상하며 화가들과 대화를 나눈다. 풍차마을 잔세스칸스의 황량함에 놀라고 서럽게 생을 마친 이준 열사의 흔적을 찾아가서는 그곳을 지키는 분들에게서 깨달음을 얻는다. 이국땅에서 꿈을 이루고자 분투하는 고국의 청년 'Suk'과의 예측치 못한 만남은 특히나 아름답다. 그렇게 혼자만의 완상에서 외로움이 느껴질 무렵, 과감히 그를 찾아 날아온 아내와 딸과의 재회가 이어진다. 책장 사이에서도 가족간의 정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떠나본 후에야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인간이니, 그의 여행은 가족과 함께 암스테르담을 거니는 여행의 말미에 즐거움과 행복으로 오히려 풍요롭다. 혼자 행복해서 미안했을까? 너무나도 아름답게 사진으로 담아낸 네덜란드 곳곳의 풍경은 책을 읽는 이를 위한 그의 선물인가보다. 어디를 찍어도 그림과 같다는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사진 하나 하나에 그의 수고로움이 엿보인다.
어떤 여행기라 해도 결국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자신의 꿈을 찾아 낯선 도시로의 모험을 떠나는 한 남자, 사랑하는 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알아보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며 등을 밀어주는 아내, 그들에게 존재만으로 삶의 즐거움이 되어주는 딸,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국땅까지 거침없이 달려가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청년의 모습, 자신이 사는 곳을 아름답게 가꾸어가며 여유롭게 생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는 이국의 사람들... 책장 너머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다 책장을 덮고 턱을 괸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다.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그것이 여행기를 읽는 즐거움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