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신 작가는 예순을 넘은 나이임에도 열정과 도전정신 때문에 '청년작가'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만큼 저작활동도 활발해서 대표적인 다작 작가이기도 하다. 좋은 호응을 얻었던 '촐라체'가 출간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신작 '비즈니스'로 돌아온 것을 봐도 그렇지 않은지? 더구나 이번 작품은 중국 작가 장원과 함께 각 한작품씩을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동시연재하는 기획으로 탄생했다고 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이지만 우리나라에는 현대 중국 문학에 대해서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획은 한국 독자들에게 중국 문학이 좀 더 친밀하게 다가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관심을 끄는 것은 '비즈니스'라는 제목이다. 비즈니스라는 건조한 어감의 단어는 어떤 의미로 쓰이는 것일까? 그리고 붉은 색의 소파 위에 등을 보이고 누워있는, 검은 원피스의 여인은 무엇을 뜻하고 있을지? 적과 흑의 강렬한 대비가 열정적인 작품의 내용을 암시하는 듯하다. 내용으로 들어가보자면 작품은 서해안 개발에 힘입어 부흥을 꿈꾸고 있는 가상의 도시 ㅁ시를 배경으로 한다. ㅁ시는 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는 '비즈니스맨' 시장의 활약에 힘입어 점차 현대적인 시가지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늘 그렇듯 그러한 발전은 도시의 분화를 낳았다. 한창 현대문명의 수혜를 입어가며 무섭게 성장하는 신시가지가 밝은 햇살을 받고 있다면 신시가지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신시가지가 뿜어내는 쓰레기를 삼켜주는 구시가지는 하나의 터부처럼 취급당하고 있다. 작가는 하나의 단원을 통째로 할당하여 우리의 '현재'를 그대로 비춰내는 '가상'의 도시를 창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인은 남편이 권력다툼에서 버텨나지 못하면서 ㅁ시의 구시가지로 내려오게 되었다. 경제적으로 먹고살기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한국의 많은 어머니들처럼 아들의 교육에 목을 메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스스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그녀는 몸을 파는 것을 택한다. 그는 그 일을 '비즈니스'라고 칭하지만 그러한 말이 공허함을 위로하지는 못한다. 그렇게 몸을 팔던 중 한 남자를 만난다. '비즈니스'로 만난 그 남자는 절정의 순간에 '여보'라는 말을 내뱉는, 깊은 눈이 슬퍼보이는 사내이다. 한번 스쳐가며 끝날 뻔 했던 만남은 새로운 인연으로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이 책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이자 그들을 몰아붙치는 사회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범신 작가답게 현실에 대한 비판과 우울한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간결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문체가 돋보인다. 분량이 많은 편이 아니고 구성도 단순한 편이라 읽어가는데 어려움은 없다. 그럼에도 여인의 마지막 용감한 선택에 가슴이 애잔해지며 오랜 시간 먹먹함을 느끼게 된다. 결국 '비즈니스'는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있다면 날것 그대로 만나는 또다른 인간 뿐인 것.. 파국이라면 파국일 결말임에도 전혀 파국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작가가 이처럼 희망의 씨앗을 많이 남겨두었기 때문이리라. 촐라체와는 상당히 다른 색깔의 작품이지만 독자에게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