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간에 가르쳐주지 않는 예술가들의 사생활 - 레오나르도 다빈치에서 앤디 워홀까지
엘리자베스 런데이 지음, 최재경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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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끔 넷상에서 좋아하는 예술가를 두고 다툼이 벌어지는 것을 보곤 한다. 적절한 수준에서 벌어지는 토론이야 추이를 지켜보다가 '역시 예술은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거지'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즐기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간혹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에 대한 신격화, 혹은 자신이 싫어하는 예술가에 대한 인격모독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심하게 감정이입을 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작품과 예술가를 같은 차원에서 평가하려 드는 태도에는 고개를 젓게 되곤 한다. (한발자국 더 나가자면 애초에 예술을 감상함으로써 인격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전제에도 의심스런 구석이 많지만 말이다.) 작품을 해석하는데 있어 작가의 생애나 사상적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학술적으로 필요한 일이고 식견을 높이는데도 일조하겠지만, 어설피 작품의 수준으로 작가의 생애를 평가하려는 태도는 그릇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서일까, 이 책처럼 '신화 깨뜨리기'의 역할을 하는 글들이 단순히 가십적인 재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곤 한다.

이 책은 넷상의 연재글을 그대로 책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싶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400페이지를 넘는 두툼한 분량에 40명 가까운 미술가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면면을 살펴보자면 반에이크나 보티첼리, 다빈치 등 르네상스 화가들로부터 시작하여 잭슨 폴록, 앤디 워홀 등 현대의 전위적인 화가들에까지 이어진다. 다행스럽게도(?) 미술에 대한 견문이 넓지 않은 나로써도 익숙한 이름들뿐인지라 일반적인 독자에게도 생경한 인물들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첫 페이지에서 미술가의 생몰연대와 별자리, 국적, 대표작 및 화풍, 그리고 그가 남긴 명언을 짧게 소개한다. 뒤이어 3장 정도로 작가의 생애를 따라가며 묘사한다. 분량으로도 알 수 있듯 그의 생을 모두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적인 부분만을 뽑아 해학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서술하는 방식이다. 특히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예술가가 지닌 의외의 일면을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하나씩 소개되어 있다. 이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말초적인 재미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인성과 예술성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예컨대 보티첼리는 상당히 해학적인 인물이었다고 한다. 시끄러운 이웃사람에게 항의하기 위하여, 자기집 지붕에 커다란 바위를 올리고는 이웃집 지붕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상태로 만들어 두었다는 에피소드는 그의 유머감각을 잘 드러낸다. 한편 렘브란트는 약혼녀와의 파혼 이후 스캔들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뒷공작을 써서 그녀를 정신병원에 가두어버렸단다. 5년간 복역한 그녀는 간신히 풀려났으나 복수고 뭐고 해볼 틈도 없이 죽어버리고 말았다고 한다. 그의 자화상이 인간성의 성숙과정을 드러내는 표상처럼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제법 흥미로운 일화가 아닌가..

일화 위주로 뒤(?)를 파헤치는 책이니만큼, 간혹 실제인지 허구인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도 있어 보인다. 또 작품으로 작가의 삶을 재는 것이 위험한만큼, 하나의 일화로 작가의 삶을 재는 것 역시 위험할테고 말이다. 결국 어떤 책이든 독자의 취사선택이 중요한 것이니까 자신에게 유익하게 읽어가면 그걸로 좋지 않을지? 여하튼 읽는 맛은 확실히 쫀득쫀득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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