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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장르문학
이영수(듀나)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자그마하지만 쏠쏠한 낙으로,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주에 한두회씩 올라오는 소설들을 읽는 낙이 있다. 소위 장르문학이라고 불리우는, 추리, 판타지, 미스테리 분야의 흥미로운 단편소설들이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훗날에라도 다시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 작품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 작품들이 언젠가 책으로 묶여 나온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로 황금가지에서 선집이 출간되었다니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연재되었던, 듀나, 이영도, 구병모, 김탁환 등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 10편이 실려있다.
[디북] 극한에 도달한 가상세계가 영적인 세계와 이어진다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적은 분량으로은 감당해내기 힘든 내용이 아니었나 싶다.
[에소릴의 드래곤] 한국 판타지의 '거목'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영도 님의 단편이다. 이미 다른 단편집에서 후속작이 실렸을만큼 흥미로운 인물이 첫등장하는 소설이다. '더스번'과 '사란디테'는 이영도가 창조한 인물들이 그렇듯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역시 이영도!
[만냥금] 반전의 억지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메시지가 또렷하게 전달되어 인상적이었다.
[재봉틀 여인] 섬세함이 돋보인다. 전반부의 설정과 후반부의 전개가 겉도는듯한 인상이 드는 점이 아쉽다.
[생존자] 반전이 핵심인 작품이었지만 너무 빤히 보이게 사용한 탓에 김이 빠져버렸다.
[바람의 살인] 팩션소설. 연작물로 나온다면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밤의 노동자] 클래식한 구조가 가지는 장단점을 다 가지고 있는 작품. 탄탄하다.
[실 인간] 공포소설이라고 하지만 작가의 장난스러움이 더 눈에 띈다. 이 작품의 설정을 사용하여 장편도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궁금해진다.
[가울반점] '에소릴의 드래곤'과 더불어 이 책에 실린 작품 중 최고로 꼽고 싶다. 재미와 감동을 둘 다 잡아내어 허무함의 여지를 남기지 않은 점이 반갑다.
[체이서] 사이버 펑크 풍의 작품.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라는 면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장르문학이 점차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다만 성의없어 보이는 디자인이나 인쇄의 질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르소설을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서, 장르문학이 과거의 무협소설보다는 상향된 위치에 자리잡기 바라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책에 대한 자부심을 보여주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