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이라는 팟캐스트를 듣는 중이다. 아마 정이현의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에서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책을 읽기에 앞서 김영하 작가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이 '오늘의 거짓말'이라는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서울, 그것도 강남, 그것도 젊은이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라고 말이다. 부와 권력의 집결지인 서울 강남 지역이지만 문학에서는 소외되고 있다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갈등과 긴장 없이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 면에서 강남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별로 나오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생각해본다. 작가나 독자나 알게 모르게 거부감을 가져 왔던 것도 사실일테고 말이다. 하지만 천국에 사는 사람에게도 희노애락은 있을 터이고 성장통을 겪는 것은 세계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 더구나 그 나름의 색깔이 있을 터이므로 문학에서 소외될 이유가 있을까 싶다. 이 책의 제목 '압구정 소년들'을 보며 제일 먼저 떠올렸던 생각들이다. 혹여 오해가 있을까 싶어 말해두자면 이 책은 문학소설이라 보기는 어렵고 미스테리가 가미된 트렌드 소설이다. 압구정 일대에서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이제 어른이 되어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이든 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스토리가 전개된다. 이야기의 한 축에는 강남에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나고 자란 청소년들의 문화가 놓이고 다른 한 축에는 그 친구 중 한명의 의문스러운 자살 뒤에 숨겨진 미스테리를 파헤치는 과정이 놓인다. 굳이 록그룹에서 활동했고 현재 PD로 활동중이라는 작가의 연혁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많은 부분 작가의 체험이 직접 노출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특히 대형 기획사를 운영하는 대웅, B2B 리더 남태범과 G2G 멤버 세희의 열애설과 탈퇴 등 현재의 연예계에 완벽히 등치되는 부분을 - 이름까지 비슷하게 하여 - 의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훔쳐보기 욕망을 자극하여 독자의 눈길을 끄는 방식이 크게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쓰이는 방식이기도 하고 작가가 PD임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부분이므로 별로 문제되지는 않는다. 사실 그러한 떡밥이 중반까지 스토리 전개에 효율적인 기여를 하여 결말을 기대하게 만드니 말이다. 문제는 초중반부의 전개과정에서 생겨난 독자의 기대가 실제의 결론과 너무나도 상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독자의 기대를 배반한다는 점에서는 반전이라 볼 여지도 있겠지만 그렇게 보면 반전을 위해 초중반 이야기를 다 날려먹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반전 구조가 인기소설인 [백야행]과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현실에 대한 그림자로 만든 초중반부 세계가 결말부의 낭만적 판타지 세계가 날린 펀치 한방에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이것 역시 저자가 현직 PD임을 생각해보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러고 말기에는 초중반부 떡밥에 낚인 독자들이 분하고 중반까지의 괜찮은 전개가 아깝다. 기왕 픽션인데 그렇게까지 조심해야 했나 아쉬울 뿐이다. 또 이 책에는 음악, 특히 락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작가의 취미가 작용하기도 했겠고 인기를 끌고 있는 하루키, 기욤 뮈소 풍에 영향을 받은 바이기도 하리라. 분위기 조성에는 기여하겠으나 스토리 전개와 무관한데 비해 지나치게 많은 양이 할당된 점이 눈에 밟힌다. 트렌드 소설이라는 경향성에 압도된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흥미롭게 읽히는 책이다. 책의 장르상 그 목적에 부합하는 책이라면 비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결론 부분의 전개가 아쉽고 그것이 책의 재미를 반감시켜버린 것이 확연하여 말을 덧붙이게 되었던 것 같다. 조심스런 트렌드 소설, 보수적인 장르 소설은 독자가 기대하는 바는 아니라 생각한다. 아쉬움을 보충하는 차기작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