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대소 - 박코치가 장담하는 대한민국 소리영어
박정원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우리나라에서 영어가 사람들에게 주는 압박감은 범상치 않은 수준이다. 학생이라면 당연히 학업과 관련하여 초등학교부터 줄곧 영어점수를 의식해야 하고 직장인이라도 승진이나 전직과 관련해서 영어를 의식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영어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자녀가 영어 공부 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영어를 공부하는 학부형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의 적절성은 별개의 문제겠지만 이만큼 영어의 중요성이 크다보니 학습 방법론도 참으로 많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책들이 호소력을 가지려면 탁월하고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던가, 기존의 방법론을 잘 정리하여 효율적으로 기본기를 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던가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준비자세를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흥미로운 책이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박정원 씨는 재밌는 경력이 눈에 띈다. 연세대 체육학과에 재학 중이던 25세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하여 27세 때 영어강사가 되었고 현재는 상당히 유명한 강사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유학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강사라는 점도 흥미롭고 말이다. 그는 영어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제시하고 있을까? 재밌게도 이 책은 영어방법론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성공론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작부터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하여 그는 인생의 꿈을 설정할 것을 권유한다. 그리고 그 꿈을 세계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인물이 되기 위해,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는 큰 인물이 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기를 권한다. 영어 역시 하나의 언어이고 언어의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일 수 밖에 없는만큼, 영어를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도구로 쓸 수 있도록 목적을 설정해보라는 말이다. 그리고 뒤이어 영어공부가 제자리걸음일 때 한국인이 자주 하는 변명 8가지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특히 그 비판에 과학적 근거와 시사적인 예를 적절히 덧붙여 설득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이후로도 72세의 재미교포 할아버지의 배우도전기라던가, 영어공부를 삶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활용한 경험담 등이 여럿 인용되어 있는데 전부 주목할 만하다. 전반부가 목표의식을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영어 학습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후반부 역시 특이하게 우뇌 활용에 대한 전제부터 설명하여 관심을 끈다. 그리고 영어를 발음할 때 혀의 위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데 이 부분이 주목할 만하다. 사실 언어 학습에 있어 말하기의 중요성은 듣기나 읽기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부분이 있다. 언어를 학습하기 시작할 때 말하기부터 시작하는 사람과 읽기부터 시작하는 사람의 성취도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른 성취를 보이곤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말하기 공부의 여건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의도적으로 말하기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후에 이어지는 에코 리딩과 섀도 리딩도 말하기 위주의 학습에 대한 보강이라 보이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저자에게 상당히 영감을 주었던 듯, 부록으로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 축사 원문이 책을 마무리 짓는다. "오늘이 당신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오늘 하게 될 이 일을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져서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꿈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굳이 영어학습법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일종의 자기개발서로 읽어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아쉬운 점을 굳이 덧붙이자면 전개가 깔끔하지 않아 미완된 듯한 인상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점만 보완이 되어준다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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