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몰입 - 가우스 평전
후베르트 마니아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가우스라는 이름, 누구나 들어보았을 이름이다. 역대 수학자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저명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많은 수험생에겐 공공의 적이기도 할테고 말이다. 사실 수학자 = 천재라는 일반적 공식에 가늠하더라도 가우스는 손꼽을만한 인물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천재도 분명 인간이었을 터, 아무리 화려한 인생을 살았을지라도 그 인생에 굴곡이 없었을 리 없다. 주어진 역사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소명을 다한다는 삶의 기본적 그림은 그런 굴곡을 살펴볼 때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이하달 정도로 당대 유럽의 그림 그리기에 많은 분량을 할당하고 있다. 그가 태어난 1700년대 유럽의 역사는 왕가의 결혼과 합종연횡, 계속된 분쟁 등으로 서로 떼어내기 어려울만큼 긴밀한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비천한 집안 출신인 가우스가 수학자로써 자라날 수 있었던 것은-물론 그의 천재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겠지만-당시 계몽주의적 사조에 힘입은 바도 컸으리라. 인간성에 대한 신뢰와 지식에 대한 탐욕, 그리고 지식이 만들어내는 힘에 대한 추구 등이 유럽의 인문적 성장을 가속시키고 있었고, 가우스 역시 그 물결 위에서 천재성을 꽃피울 수 있었다. 이 책의 풍부한 그림그리기는 당시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워낙 르네상스맨이 흔하던 시대(?)라 그가 수학 뿐 아니라 물리학, 지리학, 천문학 등 수학 제분야에 걸쳐 큰 업적을 남겼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도 않다.(그래도 놀라운 수준임에는 틀림없지만..) 오히려 믿기지 않을만큼 많은 업적들이 먼지에 덮힌 채로 남아있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는 점이 더 신기하게 다가온다. 희대의 천재로 추앙받는 그이지만 좋게 보면 겸손한, 나쁘게 보면 소심한 모습을 여러번 보여주곤 하는 것이다. 그런 성격 탓에 연구비 부족에 시달리기도 했고 가족들에게 몹쓸 짓을 하기도 했다. 반면 체면을 중시하고 열등감에 시달리는 그 성격 탓에 보다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성과를 남기기도 했던 것을 보면, 인생의 명암을 알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350쪽 정도의 적지 않은 분량에 역사,문화,수학의 이야기가 얽혀나오다 보니 가볍게 읽기는 부담스러운 책이라 생각된다. 다만 전기류에서 보기 힘든 저자의 코믹하고 풍자적인 어투 덕분에 그 부담이 많이 덜어진다. 번역 역시 상당히 깔끔하다. 천재의 쾌도난마식 삶이 아닌, 자신의 분야에 모든 것을 바쳐 몰입했던 삶을 살았던 가우스.. 인생에 있어 '완성'이란 무엇일지 생각해볼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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