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동훈의 그랜드투어 : 동유럽 편 - 사람, 역사, 문명을 찾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노블레스 여행 송동훈의 그랜드투어
송동훈 지음 / 김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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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투어(Grand Tour).. 대단한 여행이라는 뜻인가? '사람, 역사, 문명을 찾아 거닐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노블레스 여행'이라는 부제와 함께 그랜트 투어라는 제목이 눈에 띈다. 머리말에서 그랜드 투어에 대한 설명이 뒤따른다. 유럽의 상류층 자제들이 여행을 통하여 가치관과 태도를 확립하고 삶의 목표를 스스로 세울 수 있도록 떠났던 여행을 그랜드 투어라 칭했다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독자들이 그랜드 투어를 떠나듯 가치관과 삶의 목표를 돌이켜보기를 희망한다. 그러한 의지 때문일까? 이 책은 동유럽을 여행하는 책이라기보다 동유럽 근대사의 큰 인물들을 살펴보는 책에 가깝다. 그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선명히 드러내기 위해 역사를 차용하는 형태라 할까..

이 책에는 러시아, 오스트리아, 독일 3국의 근대사가 전개된다. 시기적으로 대략 14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역사이다. 우선 소개하려는 인물과 관련된 유물을 통해 인물에 대해 환기시키고 인물의 족적을 살펴본 후 그에 대한 단상을 제시하는 형태이다. 예컨대 책의 시작에서 저자는 러시아의 넵스키 수도원으로 향한다. 그리고 한 러시아의 소녀가 넵스키의 관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며 이처럼 현대 러시아인에게 사랑받는 넵스키라는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이켜본다. 그리고 리더스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영웅이라 일컬음 받는 이는 어떤 인물일지 저자의 생각을 제시해본다. 무난한 전개와 무난한 결론이 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랜드 투어'라는 제목에 맞추어보면, 혹은 저자의 취지에 견주어보면 이 책이 다소 자기개발서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각국의 독특한 문화의 향기를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는 조금 과도하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교훈'에서 '리더스 가이드'라는 노골적인 소제목만이라도 떼어냈다면 부담스런 느낌이라도 덜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소개된 인물은 표트르 대제, 레닌, 베토벤, 클림트, 루터, 히틀러 등 잘 알려진 인물이 3분의 2정도 되고 나머지 인물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들이다. 근대 유럽은 국민국가의 개념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 인물들의 삶은 역사 속에서 상당히 중첩되어 간다.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와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제가 서로 충돌하면서 한명은 패자, 한명은 승자로 남지만 각각 큰 인물로 존경을 받게 되는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개별적 삶에 있어서 그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각자에게 부과된 소명의 성취 여부일 것이다. 서로 충돌하여 갈등하면서도 서로의 소명을 성취해가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아이러니하여 우울하고 한편으로는 신비롭고 감동적이다. 역사의 평가는 결국 사후평가일 수밖에 없는 것, 그렇기에 당대에는 무력하지만 후대에는 강력하다. 그리 강력하니 역사의 후배들인 우리가 역사를 배우지 않아도 될 리 없으리라.. 책을 읽어가다보면 이런저런 상념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서유럽 편의 후속편이며 곧이어 지중해 편과 중국 편이 이어진다고 한다. 서구적 색채가 강하게 묻어났는데 중국 편까지 이어질 것이라니 궁금증이 더해진다. 다만 300쪽이 안되는 두께의 책에서 22명의 인물을 살펴보다보니 각각의 내용이 빈약하다는 인상이 들었는데 후속작은 소개하는 인물을 줄이더라도 조금 더 풍부한 맛이 나는 책으로 내주었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전체적으로 읽어가기에 부담없는 구성이고 중간중간 쉬다 읽어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쪽시간을 내어 책을 읽는 분이라도 읽기 좋을 듯하며 내용상 학생에게 권하기에도 무난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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