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좌파 : 세 번째 이야기
김규항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김규항 님하면 가장 좌파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분이다. 실제로 한겨레에서 사회인사 5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을때 가장 좌파적인 인물로 꼽혔다고 한다. 사실 정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많지 않은 나인지라 그가 쓴 글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라는 인터뷰집을 읽게 되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그 책을 읽기 전에 이미 그가 가장 좌파적 인물로 꼽힌다고 들었던지라 상당히 과격한 언사를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 책을 마치고 나서 할 수 밖에 없던 생각은 "이런 상식적인 생각들이 좌파적인 것으로 꼽힐 만큼 우리 사회가 편향되어 있는가?"였다. 인터뷰집이라는 책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생각은 우리 사회의 일반상식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것이 대부분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의 기본적인 이념과 그 이념의 실천방식이 일치한다고 볼 근거는 없으니 나의 평가도 섣부른 것일 가능성은 없지 않으리라. 그렇기에 이 책, B급 좌파를 통해 김규항이라는 인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호기심이 컸던 것 같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1,2편의 호응에 힘입어 나온 3번째 편이다. 일종의 산문집이라 할텐데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실었던 글 및 일기장의 글을 모아둔 것이라 하겠다. 재밌는 점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2005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당시 글들은 어떤 면에서 기간이 도과한 예언서를 곱씹는듯한 흥미를 준다. 돌이켜보건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고 미군기지 건설을 적극 수용하여 '변절' 등의 이야기가 오가던 때이다. 그러한 사회적인 심란함이 배경이 되어, 개혁 정부의 실체에 대한 그의 일관성있는 통찰은 간결하고 무딘 듯한 말투에 오히려 날카롭게 읽혀온다. 더불어 그의 인터뷰집에서도 느꼈던 바이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자, 지극히 소박한 자가 통찰해내는 평범한 진리를 인상깊게 전달하는 그의 능력이 탁월함을 인정하게 된다. 그는 본래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의 자녀와 대화하던 중 아이들이 던져주는 화두를 톡톡 집어내어 날것으로 독자의 입에 넣어 줌으로써 간단하게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좌파 지식인으로는 드물게 종교, 특히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크고 관련된 언사도 많았던만큼, 이 책에서도 영성과 혁명성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적지 않게 담겨 있다. 아마 초기 기독교에 담길 수밖에 없었던 소박한 저항정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호함을 느끼게 된다. '예수전'이라는 책도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모양이지만 조만간 읽어보아야 할까 싶다. 후반부에 실린 그의 일기 속 글들과 단상은 전반부에 실린 글들에 비해 훨씬 간결하고 생활의 냄새가 나는 글들이다. 수필식의 글이라 해도 내용상 가벼울 수 없었던 전반부의 글들에 비해 김규항이라는 인물에 대해 한결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글들이 아닌가 한다. 진지하게만 생각되는 그에게도 생각보다 유머스러운 부분이 있구나 생각하게 되지 않을지..

 

보통 2-3쪽 정도의 짤막한 글을 모아둔 책이기에 한편한편 읽는데 부담이 없는 편이지만(그것이 그가 독자에게 접근하는 방법론임도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책 전체의 분량이 적지 않다. 못지않게 진지하고 날카로운 그의 눈길이 쉽사리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좌파의 삶이란게 우파의 삶보다 세상살기 어려운 삶의 방식일진대,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도 부러 가시밭길을 걷는 것을 택하는 사람임을 다시 한번 알게 된다. 분명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가시밭길을 걷기를 택한다면 그 가시밭길은 더 이상 가시밭길이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말속에 담긴 '진리치'의 무게를 씁쓸히 곱씹으며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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