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부르는 수학 공식 - 소설로 읽는 20세기 수학 이야기 에듀 픽션 시리즈 7
테프크로스 미카엘리데스 지음, 전행선 옮김 / 살림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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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라는 말에서는 특이한 오라가 풍긴다. 학창 시절, 대부분의 학생들을 치를 떨게 만드는 수학이지만, 막상 학업의 압박에서 벗어나 역사적인 눈으로 수학의 발달사를 지켜보면 묘하게 매력적인 것이다. 어쩌니 저쩌니 해도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 현대 과학의 상당 부분을 수학에서 빚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더욱 그러하다. 다만 현대의 수학으로 넘어오게 되면 일반인으로써는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워질만큼 벽이 높아졌다. 그만큼 엄청난 발전을 성취해냈다는 이야기이리라. 하지만 어떠한 학문이라도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면 그 발전이 지체되던가, 폭주해버리기 마련이니만큼 이러한 현상을 좋게만 보기도 어려워보인다. 그러므로 전문화와 세분화라는 경향성에도 불구하고 대중화의 노력은 그치지 않아야할테고 말이다.

이 책,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은 그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20세기 수학의 발전을 불러왔던,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의 흥미를 가장 크게 자극해왔던 힐베르트의 난제가 제시되는 것으로 이 책은 시작된다. 새로운 세기로 시작을 바라보면서 전 유럽인들이 흥분에 휩싸여있던 1900년, 파리에서는 제2차 국제 수학 학술대회가 열린다. 근대적인 발전에 대한 낙관성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어 수학자들조차 당황케 만든 수학의 발달상이 어우러져 수학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전망이 요구되었던 그 때, 힐베르트는 23개의 난제를 통하여 그 전망을 제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 역사적인 현장에서 젊은 수학도인 미카엘과 스테파노스는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의기투합한 그들은 평생의 지기로써 각자 수학자로써의 소명의식을 불태운다. 각자 그 소명의식에 충실하게 생을 살아가면서 그들의 우정은 깊어만 간다. 그렇게 30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어느날 아침, 미카엘은 경관의 방문을 받고 스테파노스가 피살당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출간되고 있는 대부분의 팩션 소설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대부분 미스테리물의 성격을 띤다. 다만 미스테리물로써의 재미를 강조할 것인가, 역사적 사실들을 전달하는 지식의 매개자로써의 역할을 강조할 것인가는 작가의 목적의식이나 취향에 따라 갈라지곤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후자에 속한다고 보인다. 내용의 대부분이 1900년대 초반 그리스와 파리의 사회문화적 정경을 그려내면서 수학자들의 업적을 소개하는데 할당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이하다 할 플롯과 충분히 예측가능한 반전은 스릴러 소설을 즐기려는 독자에게라면 기대치에 못미친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가는 재미가 적지는 않다. 후자의 기능에 충실하려는 책이 억지스럽게 사실을 꿰어낸다는 점이 눈에 보여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전 조사와 자연스러운 전개로 당대의 사회문화상을 흥미진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평소 수학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에게라면 그러한 지식의 체(體)화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책의 뒷편에 실린 김원기 선생의 해제와 어휘설명은 이 책을 더욱 풍요롭게 읽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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