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춤 - 시몬느 드 보부아르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한빛문화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보부아르 하면 분명 실존주의 철학자로써 '유명하다'고 알려져있지만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그의 작품세계는 그다지 알려져있지 않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의 작품세계보다는 샤르트르와의 계약동거 쪽이 더 널리 알려져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여러모로 여성운동가로써의 활동이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이야기일터인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도 '제2의 성' 인듯 하고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독서는 개인적인 경험인가보다. 내게 그는 중학시절 우연히 읽었던 '사람은 모두 죽는다'라는 작품으로 각인되어 있으니까.. 지극히 실존주의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이 책은 예민했던 당시의 내 감성과 이성에 깊은 흔적을 남겼던, 잊지 못할 작품이었다. 그러한 추억이 있기에 이 책, '죽음의 춤'은 저자와 제목만으로도 꼭 읽고 싶을 수밖에 없었던 책이다.

이 책은 어찌보면 소설처럼, 어찌보면 수기처럼 보이는 책이다. 저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보니 어느 정도까지 저자의 생과 일치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화자의 조용한 읊조림은 분명 실제의 경험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처럼 보인다. 홀로 살던 어머니가 낙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갑작스레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면서 '나'는 어머니를 간병 혹은 '관찰'하기 시작한다. 사실 어머니는 암에 걸려 불치의 단계에 다다라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하루하루 삶에서 죽음으로의 경계를 넘어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여기서 나는 '어머니'로써의 어머니를, '인간'으로써의 어머니를 회상하고 그 죽음의 여정을 지켜본다. 보부아르는 지적이고 그렇기에 차가운 작품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집필할 당시에 이미 삶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지켜보는 대상이 애증의 대상인 어머니였기 때문인지 -아마도 둘 다이겠지만- 죽음을 지켜보는 눈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성인이 된 딸이 어머니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바라볼 때 흘러나오는 새로운 감정들이 속속히 배어나온다. 그럼에도,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죽음의 사건성에 대한 보부아르의 말은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 ...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 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이다."

이 말만큼 늙은 철학자의 삶에 대한 사랑,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잘 드러내는 말이 있을까? 사람은 고깃덩어리이지만 고깃덩어리일 수 없음을 이 얇고 담담한 책은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일면 평평하게 읽히는 이야기임에도 보부아르의 관조는 충분히 진실되게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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